커리어우먼 시대는 지났다.

이제 여성들도 취업을 하기보다 당당히 창업을 해서 사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른바 '여성CEO 시대'가 왔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여성이 경영하는 사업체 수는115만2000여개.

이는 1998년의 여성기업인 수 96만2000명에 비해 7년 만에 19만여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여성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34.6%에서 37.2%로 증가했다.

결국 대한민국의 사장 10명 가운데 약 4명이 여성인 셈이다.


여성기업은 양적 팽창 못지 않게 질적 수준도 훨씬 나아졌다. 2001년에는 전체 여성기업 가운데 음식·숙박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4.3%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7년 만에 음식·숙박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낮아졌다.

그동안 여성사업자들은 주로 식당 여관업에 종사했으나 드디어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기업은 아직까지 음식·숙박업을 포함한 교육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편중돼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정보기술(IT) 전기전자 금융 건설 등 첨단기술 업종과 기간산업 분야에선 아직도 여성기업 수가 미미한 상태다.

기업규모 면에서도 여성기업 가운데 상시종업원 10인 이상의 중기업(中企業)수는 전체의 1.1%인 1만2622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여성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회장 한미숙)는 한국산업기술재단 IT여성기술인협회 여성공학기술인협회 여성발명협회 등과 공동으로 지난 6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기술혁신형 여성기업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 염홍철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창업이 확대되고 여성기업이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정부는 여성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공공구매 확대 등 10여 가지의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김경환 성균관대 교수는 "아직까지 기술혁신형 여성중소기업은 160개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이 분야의 여성기업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여학생들과의 산·학 협동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럼토론자로 나온 전미숙 이노비즈협회 부회장(베베하우스 대표)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여성기업자금은 업체당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수준인데 이 자금으로 5년 이상 걸리는 연구개발(R&D)자금을 담당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금융의 대출 가운데 일정액을 여성에게 지원하도록 의무대출비율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자 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은 "정부가 R&D자금만큼은 일정 비율을 여성기업에 할당해주고 여성기업과 대학이 서로 손잡고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한섭 KTB네트워크 대표는 "앞으로 투자회사들도 여성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정희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은 "여성기업인들도 앞으로는 직접 경영 및 기술실무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의 제안을 받아들여 중소기업청은 내년도부터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이를 위해 전국 14개 지역에 여성창업보육센터 운영을 확대한다.

이 보육센터의 입주자격은 지식·정보산업 및 서비스업의 여성예비창업자로 창업한 지 6개월 이내인 사업자로 정했다.

중기청은 내년에 80회 이상 창업강좌를 열고 여성 예비창업자 발굴을 위해 여성창업경진대회도 개최하며 여성기업 유망업종의 육성을 위해 e비즈 전문가 양성교육(www.elancer.or.kr)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 규모를 올해 정부 및 공공기관 전체 구매액의 2.8%인 2조2000억원(2005년 2.4%인 1조9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여성기업 자금조달 원활화를 위해서도 자금조달교육 및 투자마트 개최 등을 개최하고 경영혁신을 위한 CEO정보화 연수도 실시한다.

이와 함께 각종 시책자금을 지원할 때도 여성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 등 정책자금지원업체 선정 시 가점 1점을 부여하고 창업 5년 이내 여성기업에 대해서는 기술신보와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료 0.1%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여성기업들이 공동브랜드를 만드는 사업도 돕기로 했다.

IT 패션 문화콘텐츠 생활소비재 등 분야에서 공동브랜드를 만들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