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호텔에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웹 2.0 서밋'이 열렸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린 이 행사에는 공식 참석자만 1000명이 넘어 세계적인 '웹 2.0 열풍'을 짐작케 했다.

'웹 2.0'이란 인터넷 사용자가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이번 행사는 '웹 2.0'이란 용어를 만든 미디어 전문업체 오라일리가 주최했고 한국에서는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싸이월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강연을 했다.

유 대표가 행사 소감을 보내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저작권 분배 문제가 화두였다.

인터넷 사용자가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면 저작권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만드느라 여러 단계를 거칠 경우엔 저작권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관건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각국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서로 묻고 답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가 단상에 올랐을 때 방청석에서 맨먼저 나온 질문도 저작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유투브를 인수했는데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방송사 영화사 등과 협의해 저작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세션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많이 거론됐는데 제휴를 통해 저작권을 분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국 알리바바닷컴 CEO인 잭 마 대표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세계적인 인터넷 업체들이 중국에서 실패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보잉 747 점보 제트기로 조그만 운동장에 착륙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분석과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중국 정보기술(IT)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금도 돈을 벌고 있지 않느냐"는 말로 부인했다.

아마존닷컴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의 강연도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이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해 웹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베조스는 웹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규모가 작은 인터넷 회사의 경우 비즈니스에 투입하는 시간보다 서버나 스토리지 운영에 들이는 시간이 더 많다"며 "방대하게 구축해 둔 인프라를 웹서비스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런치패드'(Launch Pad)에도 청중이 몰렸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13개 업체가 자기네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소개한 각종 서비스를 보면서 한국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이 제시한 기술이나 컨셉트의 수준은 우리와 비슷했다.

컨퍼런스의 가장 큰 화두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행사 참석자들은 웹 2.0이라는 트렌드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찾는 데 총력을 쏟았다.

싸이월드를 소개하는 세션에 10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들은 싸이월드가 이미 아이템,배경음악 등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설명하자 놀라는 모습이었다.

마이스페이스,유투브,아이튠즈 등 대표적인 웹 2.0 서비스에서 성공한 요소들을 싸이월드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 방청객은 싸이월드 동영상 업로드가 하루 10만건이라고 밝히자 "그렇다면 유투브보다 많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또 싸이월드 음악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해 1억6000만건을 넘었다고 하자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하는 아이튠즈가 4억건인데 국내에서만 서비스하는 싸이월드가 그렇게 많다니 놀랍다"는 말도 나왔다.

청중들이 실시간으로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는 '싸이월드 페이지뷰가 월 200억건이라면 마이스페이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구절도 보였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을 마치고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구글 임원들이 다가와 "매우 놀랐다"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던 사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세계적인 업체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는 사실상 소외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