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 보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생명보험사들이 수지 악화로 암 관련 주보험 상품 판매를 줄이거나 판매 중지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암 환자가 많아져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설명이지만 암 발병에 대비해 보험에 들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 절반,암보험 판매 중단

현재 암 전문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사는 동양 미래에셋 흥국 금호 PCA LIG 메트라이프 AIG 라이나 등 전체 22개 생보사 가운데 10곳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등 '빅3' 보험사를 비롯한 절반 이상의 생보사들이 판매를 중단했다.

이들 대형 생보사는 건강 또는 종신보험에 암 보장을 특약으로 넣는 식으로 암 관련 상품을 팔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보장 한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암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도 보험료를 계속 올리거나 보장범위를 줄이고 있다.

금호생명은 9월부터 '무배당 스탠바이 자기사랑 암보험'의 보험금 지급한도를 종전의 절반인 5000만원으로 줄인데 이어 지난 6일부터는 보험료를 연령에 따라 20~40% 인상했다.

또 '무배당 알뜰 자기사랑 암보험'의 판매를 중단했다.

동양생명도 이달 들어 '무배당 수호천사 다이렉트 홈케어 암보험'의 보험료를 현행보다 20% 이상 올렸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험의 전통적인 기능인 보장성 기능을 포기한 채 변액보험 판매 등을 통한 자산증식 기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암 발병 늘어 보험사 수지 악화

생보사들이 잇따라 암보험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암 보험의 수지가 맞지 않아서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조기 발견이 늘어나는 등 암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보험금의 지급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계약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많아 적자에 빠졌다는 얘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암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4년 36만3863명으로 2000년보다 66.3% 급증했다.

통계청의 1일 평균 사망자 통계를 보면 암으로 인한 사망이 17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생보사의 암 보험금 지급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생보사의 암 보험금 지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암 보험금을 받은 보험 계약자의 수는 6만5296명으로 2004년 5만8265명보다 12.06% 증가했다.

보험개발원은 "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는 것은 식생활의 변화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암 발생빈도가 늘어난 데다 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조기진단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험률 변경제도 도입 시급

보건복지부의 한국 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9만9025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생보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은 사람은 4만4632명으로 전체 암 발생자 중 약 45%만이 암 보험 보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상당수의 국민들이 암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된 상태다. 암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암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암보험 가입이 제한되고 비용마저 치솟음에 따라 국민들의 건강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보험개발원 부설 보험연구소는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를 막고 암 보험 수요를 충족하는 방안으로 '위험률 변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보험사들이 암 발생률 등을 감안해 5년 등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보험사들이 보험료가 저렴한 암 보장 위주의 CI(치명적 질병)보험이나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특정 암을 전문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