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인 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그곳으로 가는 길은 길었다.

6시간30분의 비행으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뒤 다시 콴탄행 국내선에 올랐다.

40여분 정도 날아가 이번엔 버스로 갈아탔다.

1시간가량 갔을까.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말레이시아 전통양식 목조건물이 그 웅장함을 드러내는 클럽메드 체러팅 빌리지가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하늘에는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이 가득하다.

순간 길게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

재빨리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빈다.

긴 여정에 비명을 지르던 온몸은 소원 하나에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객실로 들어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침대에 누우니 철썩철썩 파도소리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눈을 떠보니 지난 밤 발코니에서 바라보았던 해변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커튼 사이로 초원과 맞닿은 새하얀 백사장,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에메랄드빛 남중국해 바다가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영화 '해변의 여인'처럼 신발을 손에 걸고 해변가를 거닐어 본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기분좋게 감긴다. 푸른 바다에 취했을까. 비치벤치에 앉아 '게으름의 자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해변을 따라 길게 드리워진 야자수 나무의 짙은 그늘은 30도의 열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수평선 경계도 보이지 않는 온통 파란 물결 속에서 진정한 여유의 참맛을 느낀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일상은 저멀리 가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더니 마음이 파랗게 채워진다. 초원 한가운데 탁 트인 해변가 저편에선 막 요가 클래스가 시작될 참이다. 요가 매트를 들고 한 자리 차지했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명상에 잠기니 한결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각국의 요리를 뷔페식으로 차린 메인 레스토랑은 소식(小食) 하겠다던 굳은 결심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한국식 김치와 밥,심지어 라면까지 매 끼니마다 다양하게 준비돼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도 체러팅에서만은 안심해도 좋다.

오후가 되어 꼬마기차를 타고 열대 정글숲을 지나 판타이 해변으로 몸을 옮겼다. 파도가 잔잔해 카약과 세일링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안전이나 요령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곳에 GO(빌리지 상주직원)가 있어 길잡이가 되어준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든다. 열심히 노를 젓다가 비취빛 바다와 상쾌한 해풍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있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빌리지 전체가 석양에 오렌지 빛으로 물들자 흥겨운 음악소리가 울려퍼진다. 빌리지의 밤은 낭만이 넘친다. 흥청거리지 않으면서 흥겹다. 종횡무진 리조트를 누비던 GO들이 엔터테이너로 변신해 파티와 공연을 선물한다. 파티 드레스코드에 맞춰 깊게 파인 옷으로 한껏 멋을 부린 외국인들도 흥을 돋운다. 쏟아지는 별빛 때문인가. 달콤한 칵테일 때문인가. 눈빛으로 말을 나누고 국적 불문 몸을 흔드니 그 열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곧이어 각국의 유행가가 흘러나오며 GO들의 시범율동에 맞춰 남녀노소 모두가 춤을 추는 '크레이지 사인'(Crazy Sign)이 난다. 싸이의 '챔피언' 노래가 흘러나온다. 한국인의 막춤도 시작되고 외국인도 어느새 동화되어간다.

일상을 떠난 곳에서의 완벽한 자유. 클럽메드 체러팅에서는 '무엇을 하든,하지 않든'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4박5일간의 짧은 자유로움을 뒤로한 채 여행 전의 기대감과 여행 중 2배의 만족감 그리고 여행 후 3배의 그리움을 가지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체러팅(말레이시아)=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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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알라룸푸르 경유해 콴탄에서 들어가‥빌리지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더 유리 ]

체러팅은 말레이시아 콴탄 공항에서 44km쯤 떨어져 있다.

콴탄까지 가는 직항편이 없어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야 한다.

연중 덥고 습하며 가장 좋은 때는 5~9월,우기는 11월 말부터 12월 말까지다.

화폐는 말레이시아 링기트를 쓴다.

1링기트는 300원 정도. 빌리지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더 유리하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 전압은 220V로 한국과 차이가 없다.

빌리지 주변을 거닐다보면 심심치 않게 야생 원숭이와 마주치게 된다.

해변에서 선탠을 할 때면 몰래 물건이나 과일을 슬쩍해 가기도 하므로 주의 요망.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다만 객실을 나설 때 원숭이들의 '습격'에 대비해 창문을 꼭 닫아야 한다.

클럽메드 서울본사 (02)3452-0123,부산지점 (051)636-0123,www.clubm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