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싸이언 프로슈머' 회원인 윤선영씨(21).그는 중요한 통화를 앞두고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애태운 적이 있다.

'잔여시간을 알았더라면 급속충전할 곳을 찾았을 텐데….'윤씨는 휴대폰에도 배터리 잔여시간이 표시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싸이언 프로슈머 게시판에 올렸다.

삼성전자 '애니콜 드리머즈' 회원인 의대생 박상언씨(26)는 요즘 휴대폰으로 문자보내는 방법을 교수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문자를 쓰고 나서 '보내기' 버튼을 누르세요.

문자를 찍는 데는 삼성 휴대폰의 '천지인' 방식이 편하죠." 박씨는 "교수님들 반응이 좋다"며 "한 분은 설명을 듣고 애니콜로 기종을 바꿨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란 의미의 합성어) 프로그램이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다른 색깔로 운영해 화제가 되고 있다.

LG는 주로 휴대폰 기능을 개선하고 차기 휴대폰 컨셉트를 기획하는 쪽에서,삼성은 소비자의 입소문을 이용한 마케팅과 홍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싸이언 프로슈머' 회원인 백두산씨(24)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개선할 점을 꼬집어 올리는 프로슈머 게시판 열기는 정말 후끈하다"며 "누군가 올린 아이디어에 대해 '이미 나왔던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가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일이 생길 정도"라고 들려줬다.

그는 또 "내년 상반기에 싸이언 프로슈머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 2종이 나온다"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9월 프로슈머 의견을 반영한 시각장애우용 '책 읽어주는 휴대폰'(LG-LF1300s)을 내놓았다.

최신 전략폰인 '샤인'에는 "메탈(금속) 소재를 이용한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프로슈머 의견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드리머즈'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마케팅에 고무돼 있다.

VOC(고객만족그룹) 관계자는 "길에서 마술을 보여주며 애니콜을 알리는 회원도 있고 직접 현수막을 만들어 사용하는 회원도 있다"며 "프로슈머 회원들의 입소문 마케팅이나 시장조사 등의 성과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