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다. 환경호르몬 문제는 특히 그런 것처럼 보인다. 공기와 물·토양·식품은 물론 생활용품 전반에 들어있어 알면 먹을 것도,안심하고 쓸 물건도 드물다.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은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이옥신은 특히 그렇다. 살충제인 DDT 등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독한 화학물질이라고 하거니와 '1g으로 몸무게 50㎏인 사람 2만명을 살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암과 기형,신경장애,호흡기 및 피부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최근 5년 동안 2.6배에 이르렀다는 국내 불임환자의 증가도 다이옥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대부분 쓰레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데 색깔이 없는데다 지용성이어서 물에 녹지 않고 생선과 포유류의 체내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90% 이상 음식으로 흡수되고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는건 거의 담배연기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다이옥신 실태조사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은 사회·경제적 파장 탓이라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에서 많이 소비된 먹거리를 중심으로 실시한 '식품의 다이옥신 오염 실태' 조사 결과 갈치 고등어 등 어패류의 다이옥신 함유량이 쇠고기 등 육류보다 많고,국내·수입산 비교에선 돼지고기는 국산,치즈는 수입산이 높았다고 한다.

크게 염려할 수치는 아니라지만 마음놓고 먹을 게 없는 셈이다. 다이옥신을 줄이는 건 간단하지 않다. 쓰레기를 태우지 않을 수도 없고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더라도 더이상 '모르는 게 약'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할 순 없다. 비닐과 플라스틱 줄이기,화장실 휴지 아껴쓰기,용기째 가열하는 레토르트 식품 덜 먹기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고어는 '위기의 지구'에서 쓰레기 감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래를 믿을 수 있고,미래를 성취하고 보존할 수 있다. 거꾸로 언젠가 우리 유산을 상속받을 아이들이 없어질 것처럼 행동하면서 맹목적으로 달려갈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