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멜로 '어느 멋진 순간'은 일의 노예로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작품이다.

바쁜 일상에 묻혀 사는 직장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반추하도록 이끈다.

스콧 감독은 이 작품으로 하워드 혹스 이래 장르영화의 달인임을 과시했다.

SF액션 '에일리언'과 '블레이드러너',공포영화 '한니발',사극 '글래디에이터',드라마 '델마와 루이스'에다 수준 높은 이 로맨스드라마까지.스콧의 손을 거친 작품들은 저마다 장르의 귀감이 됐다.

주인공 맥스(러셀 크로)는 런던 증권가의 성공한 펀드매니저다.

돈과 여자가 줄줄 따르지만 머니게임에서 상대방을 파멸시키는 냉혹한 승부사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 날 숨진 삼촌 헨리가 남긴 와인농장과 저택을 처분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간다.

같은 시기,바람둥이였던 삼촌의 친딸이라는 미국 여성(애비코시니)이 찾아오고,맥스의 유산상속권은 위협을 받는다.

게다가 프랑스 여인 페니(마리옹 코틸라드)와의 로맨스도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맥스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플롯은 망나니 상속자가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찾는 내용의 한국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과 유사하다.

여기에 프로방스와 런던 풍경이 거듭 교차되고,영국인 맥스와 프랑스인 페니,미국 여성 간의 갈등이 겹쳐진다.

맥스의 순수한 어린 시절과 냉혹한 현재 모습까지 비교되면서 긴장감이 지속된다.

이런 인물들의 중심에는 참된 삶에 대한 은유인 와인농장이 놓여 있다.

와인은 정성을 쏟은 만큼 맛이 좋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준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등장 인물들이 자기 욕심을 줄이는 지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대목이다.

맥스가 미국 여성을 친딸로 인정하는 삼촌의 가짜 편지를 쓰는 장면을 보자.가짜 편지는 맥스가 스스로 유산을 포기하는 행위일 뿐더러 딸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맥스의 선한 행동도 그녀가 유산상속권을 포기함으로써 촉발됐다.

그녀가 유산상속권을 주장했더라면 맥스는 법정싸움에서 이길 궁리만 했을 것이다.

프랑스 여성 페니가 런던에 카페를 사주겠다는 맥스의 제의를 거절한 것도 마찬가지.돈으로 만사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진리를 펀드매니저에게 깨우쳐준 것이다.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