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5일 대검찰청 7층 중수부 수사기획관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A4용지 13장 분량의 자료를 1시간 가까이 읽어 내려갔다. 지난 3일 법원에서 기각당하자 곧장 재청구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의 발부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검 중수부가 휴일에 브리핑을 자청한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이 다급해졌다는 반증이다.


이날 중수부의 브리핑보다 더 이례적이었던 것은 법원측의 반박. 지난 3일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중수부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기자실로 내려와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브리핑을 갖고 영장발부를 거부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찰과 법원의 증폭되는 갈등이 향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 6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여부가,7일에는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및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측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여부가 각각 결정된다. 이 전 행장은 개인비리 및 외환은행 헐값매각 혐의를,론스타측 사람들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이틀에 걸친 법원 결정이 8개월여 동안 해온 론스타수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의혹인물의 신병확보 실패로 수사차질이 빚어져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검찰이 면죄부만 주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채 기획관은 "외환은행 집행부는 2003년 11월20일 이사회 때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카드 유동성 지원계획 등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론스타측 이사들은 전날 밤 계획을 세운대로 이 같은 주장을 빼고 허위 감자설만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발표했다"며 외환은행 직원이 몰래 녹취한 비공개 이사회 내용을 공개했다.

또 "미국의 억만장자인 마사 스튜어트는 자사 주식도 아닌 다른 회사 주식거래에 관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단돈 2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수사받고 결국 감옥에 갔다"며 "만약 이 사건의 론스타 이사들이 미국 법원에서 기소됐다면 과연 어떠한 결과가 나왔겠는가"라고 법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법원은 지난 3일 유회원씨 등 론스타측의 주가조작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영장은 발부해주지 않았다.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법원의 기각 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의자의 주장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의 재심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료 판사가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사안을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은 동일한 영장으로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은 이강원씨 구속영장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물론 이씨는 헐값매각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신병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경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다른 건으로 구속하거나 체포해 놓고 '본체'를 수사한다는 이른바 '별건(別件)수사'에는 반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6일 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김병일·김현예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