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와 시니어 무대의 차이점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5일(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빅토리아의 '세이브 온 푸즈(Save-on-Foods) 메모리얼 센터.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를 지켜보기 위해 7천여 석이 넘는 관중석을 빼곡이 채운 캐나다의 피겨 팬들은 이틀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이날 8번째 선수로 무대에 나서자 큰 박수를 보냈다.

이윽고 'The Lark Ascending(종달새의 비상)'의 부드러운 선율이 경기장에 흐르고 김연아가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던 김연아는 솔직히 데뷔전 우승에 기대감 보다는 실수없이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온통 신경이 곤두섰다.

올해 초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스케이트 구두가 자꾸 내려앉고 덩달아 무릎과 허리 통증까지 겹치면서 지상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체력을 끌어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프리 스케이팅 안무를 연습했지만 귀국 이후 연습할 아이스 링크가 확보되지 않아 충분한 복습을 하지 못해 속을 태웠다.

충분하지 못한 연습량은 이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말썽(?)을 부렸다.

경기 시작과 함께 연속 3회전 콤비네이션을 실수없이 처리했지만 중반께 10번째 연기요소인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에서 착지 실수로 넘어지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트리플 살코우(공중 3회전)의 착지 동작도 불안했고, 스파이럴 동작에서도 체력 부족으로 흔들리면서 다리를 잠시 내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결국 감점 1점을 받은 김연아는 총점 168.48점으로 일본의 수구리 후미에(168.76점)에 단 0.28점 뒤지면서 아깝게 은메달을 놓치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는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주니어와 시니어 무대의 큰 차이점을 보고 느꼈다"며 "오늘 많은 관중이 와서 긴장을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배웠고 스스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심판 이사는 연합뉴스와 국제전화에서 "김연아의 장점이 깨끗한 점프인 데 오늘은 점프에서 흔들렸다"며 "지상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체력이 받쳐주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그러나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프리 스케이팅 컴포넌트 점수에서 7점대에 가까운 점수를 유지했던 것은 큰 수확이다.

다음주 4차 대회에서도 심판들이 좋은 인상을 갖고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연아는 오는 6일 이번 대회 4위 선수까지 참가하는 갈라쇼 무대에 나선 뒤 7일 입국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