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을 놓고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민주당 등 3자 간 동상이몽 게임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에 맞설 통합신당을 만든다는 원론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향후 주도권을 놓고 각기 다른 속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 전 총리의 12월 신당 추진 발표는 향후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기 위한 선제공격의 성격이 강하다.

그의 구상은 '중도실용개혁세력이 헤쳐 모여식으로 결집하는 국민통합신당'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 세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은 아예 연대 대상이 아니며 열린우리당 내 다수파인 중도개혁세력이 탈당해 개별적으로 자신의 신당에 참여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3일 MBC 라디오에 출연,여당 의원들의 '고건신당' 참여 폭에 대해 "때가 되고 명분이 쌓이면 교섭단체 요건인 20명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추이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당론 결정을 미루면서 질서 있는 논의를 결정한 것은 일단 숨고르기를 통해 당외 세력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당 비상대책위에서 당 진로문제를 공식 논의함으로써 의원들의 개별 이탈을 방지하면서 여당이 중심이 돼서 정계개편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신당 창당과 재창당파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조기에 결론을 내리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자칫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개별 탈당을 막을 방안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한편 민주당은 역사성과 전통성을 지닌 자신들이 정계개편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고 전 총리는 과거 '3김' 같은 폭발력이 없고,미안하지만 고 전 총리는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길"이라고 폄하하면서 "고건 신당은 민주당 2진들이 구성하는 당이 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헤쳐 모여식 신당' 참여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책이나 일부 소속 의원이 이탈할 가능성이 변수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