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조를 위한 대란이 벌어져야 한다.""당부터 깨서 뭘 어쩌자는 거냐."

2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계파 간 갈등이 폭발했다.

이날 의총에서 여당 의원들은 신당 창당이냐,재창당이냐를 놓고 격돌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싸고도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통합신당파들은 열린우리당의 수명이 다한 만큼 간판을 내리고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근태 의장 계열의 재야파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사무총장인 문학진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사실상 끝났음에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새로운 창조를 위한 대란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새로 집을 지어야 한다.

완전히 괴멸당한 객관적 현실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수 의원도 "열린우리당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비상구가 필요하다"며 "살아나느냐와 죽느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창당파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소속 최재성 의원은 "당을 깬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당헌·당규상 보장된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춘 의원도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할 시기가 아니다"며 "신당을 만들어봐야 대통령의 운명에 따라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창당 주역인 신기남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이 잘못이었다는 식의 청산주의적 정계개편론은 중단돼야 한다"며 지금은 당의 정체성과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도 나왔다.

임종인 의원은 "미국에 가기 전엔 반미도 좋다고 했다가 정작 미국에 가서는 딴 소리를 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대연정 등 현안을 놓고 노 대통령의 정책이 너무 오락가락했다"고 성토했다.

다른 한 의원은 "주변에서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국민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2시간20분 동안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는 격론 끝에 구체적인 당의 진로 및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결론은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 정계개편을 다루는 특별기구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현 지도부인 비상대책위가 중심이 돼 이 문제를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당의 진로를 놓고 각 계파들이 첨예하게 맞섬에 따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