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국세청도 2500억원의 세금 추징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은행장이었던 이강원 전 행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정감사에서도 외환은행 재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면서 향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이런 탓에 다른 시중은행들의 3분기 실적 발표는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지만 외환은행은 아직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2500억원 징수 통고

2일 국세청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이 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축소한 혐의를 밝혀내고 최근 2500억원 안팎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라는 '과세예고 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조사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하는 등 고강도의 조사를 벌여왔다.

외환은행은 이에 대해 "외환카드 합병관련 세금문제는 전문 회계법인을 통해서 관련 법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는 입장이어서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이번 과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은행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연장 협상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국세청의 과세가 확정되면 외환은행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측은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진로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론스타가 이미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뒤 은행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만큼 이번 재매각과는 별개의 사안이란 시각이 많다.

따라서 론스타의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에도 불구,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검찰이 이 전 행장에 대해 적용한 '헐값매각'혐의는 파괴력이 다르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불법성이 있을 경우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론스타의 불법 행위가 재판을 통해 확인될 경우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이 경우 6개월 안에 10%가 넘는 지분을 모두 팔도록 '주식강제 매각명령'을 받게 된다.

○장기 공회전 거듭 우려

론스타에 대한 여론의 악화도 재매각 작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은 자칫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어서다.

국민 정서가 극도로 악화될 경우 정서법상 국민은행이 계약을 진행하기 곤란한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위는 확정된 사실을 바탕으로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밝히기 힘든 상황"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금감위의 인수 승인은 법원 판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은 지연된 채 공회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외환은행 매각.외환카드 합병일지 ]

▷2003년 8월27일=론스타 외환은행 공식 인수,경영권 양도 본계약

▷10월30일=외환은행 자본금 3조1946억원으로 증자

▷11월20일=외환은행 이사회 개최,외환카드 처리문제 논의

▷11월21일=이달용 외환은행장 직무대행,"감자를 포함한 합병방안 검토중" 발표

▷11월28일=감자없는 합병 이사회 결의

▷2004년 2월28일=외환은행,외환카드 흡수합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