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承信 <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Lchung@cpb.or.kr >

가을에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 중 하나로 열정적으로 여름을 지낸 나뭇잎,즉 단풍을 들 수 있다.

올가을은 긴 가뭄 때문인지 단풍 빛깔이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자연의 섭리를 담은 불그레한 단풍과 노란 은행잎을 보면 절로 눈길이 머물게 된다.

길 위에 흩어진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소비 생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 있으니 '공짜' '경품' '당첨' 등으로 포장한 악덕 사업자의 덫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면 공짜의 유혹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사업자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 사업이다.

무작위(無作爲)로 전화를 걸어 경품을 보내줄 이유도,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공짜로 나눠줄 이유도 없는데 소비자에게 선심(善心)을 쓴다.

상당수의 소비자가 경품 제공 상술과 공짜 상술,무료 샘플 제공,축 당첨,대박 찬스에 속아 피해를 입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소비자 피해의 상당수는 행운으로 포장된 경품ㆍ공짜ㆍ대박의 유혹에서 비롯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올해만 해도 '신학기 어학 교재,화장품 기만 상술 주의!' '당첨,샘플 빙자 전화 판매 주의하세요!' '사기성 상품권 할인 사이트 주의!' '골인! 무료통화권에 당첨됐습니다' '건강 식품 텔레마케팅 주의하세요' 등의 소비자 피해 예방 속보를 내보냈다.

원숭이를 잡는 한 방법으로 원숭이가 좋아하는 사과로 유혹한다고 한다.

큰 그릇에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구멍을 내고 원숭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넣는다.

원숭이는 사과를 먹겠다는 욕심으로 그릇에 손을 넣어 잡은 사과를 놓지 않는다.

사과를 놓으면 손을 쉽게 뺄 수 있건만 유혹을 이기지 못해 먹음직한 사과를 움켜잡은 채 그만 사냥꾼에게 잡히고 만다.

세상에는 유혹 당해도 행복한 단풍잎ㆍ가을 햇살ㆍ아침 이슬ㆍ첫눈 같은 것이 있지만 유혹에 빠지게 되면 재산상 피해는 물론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업자의 이유 없는 경품과 공짜 유혹은 후자(後者)에 속한다.

혹시 악덕 사업자가 미끼로 내놓은 사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지 스스로 경계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소비 생활이 보다 행복해지려면 공짜ㆍ경품으로 포장된 신기루 같은 행운에 유혹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세상에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