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자녀 세대의 교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가 물려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지는 추세다.

다국적 기업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인재 채용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 반면 인재로 분류되지 못한 수준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임시직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교육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임금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 간 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있으며 임시직이 정규직을 대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최근 국가경쟁력플랫폼,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김경근 고려대 교수,황성현 인천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사회는 이영선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사회(이영선 교수)=교육 양극화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하는데 먼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강석훈 교수=교육 양극화는 실태,원인,대책이 모두 애매한 '당황스러운' 이슈입니다.

먼저 교육 양극화의 개념정의가 필요한데 소득상위 20%와 하위 80%의 양극화인지,상위 1%와 하위 99%의 양극화인지 아직 개념조차 없습니다.

가장 애매한 것은 소득과 학력의 상관관계이죠.평균 소득은 학력과 연동하지만 양극화로 볼 만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고학력자가 돈을 더 받는 것은 '교육 프리미엄'으로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필연적으로 빚어질 수밖에 없는 정상적인 상황'과 '양극화로 불릴 만한 부자연스러운 상황' 간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죠.

◆우천식 위원=계층에 따른 교육 격차 유무보다는 '확대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계층에 따른 학업성취도,진학률,교육투자액 차이 등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이들이 대학 졸업 후 어느 정도 버는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고 봅니다.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보다 양극화 현상이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사회=교육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경근 교수=교육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학생의 지능결핍,즉 유전학적인 요인,가정형편과 부모의 교육열의 등 가정환경적 요인,'서울 강남 학군문제'로 대변되는 공교육 환경 요인 등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끼리끼리의 결혼도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은 특히 고소득자들은 고소득자끼리,저소득자는 저소득자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습니다.

특히 저학력자·저소득자끼리 결혼해 자녀를 가질 경우 교육격차의 세 가지 원인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사회=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쓰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황성현 교수=교육구조를 과감히 바꾸고 교육투자도 대폭 늘려야 합니다.

공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저소득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관련 예산을 늘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교원평가제가 도입돼 잘하는 교사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도 줘야 합니다.

인센티브 없는 공교육 내실화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성과급 반납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성과급 비중이 아주 높아질 경우에도 과연 이를 반납할지 의문입니다.

◆우 위원=예산을 광범위한 계층에 골고루 나눠주는 정책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의무교육화 논의가 그 예입니다.

공교육비 부담을 일부 덜어준다고 해서 교육양극화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거죠.이공계 장학금 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학금 액수를 늘렸지만 우수 학생이 공대에 진학하지 않는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잖습니까.

신경을 좀 더 써야 하는 분야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을 위한 교육복지입니다.

선진국들은 최근 영유아의 교육비용을 지원하는 쪽으로 교육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한국은 이 계층과 관련된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황 교수=특히 영어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합니다.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교육의 수준이 계층에 따라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게 바로 영어교육입니다.

여유있는 집은 해외 어학연수를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대안이 없죠.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 원어민 교사 시범사업 정도로는 미흡합니다.

주요 과목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도록 커리큘럼과 교사 수급구조를 모두 바꿔야 합니다.

◆사회=평준화 등 한국의 교육기조를 바꿔야 양극화 현상이 해소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강 교수=정부는 세금을 활용한 저소득층의 교육지원사업에만 골몰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민간의 도움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계의 금기 중 하나였던 기여입학제의 경우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논의해 볼만 합니다.

기여입학제를 허용할 경우 적지않은 재원을 저소득층 자녀에게 쓸 수 있기 때문이죠.지금까지 기여입학제와 관련된 논의는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면 안 되는 이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무엇을 고치면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나'로 논의의 초점을 바꿔야 합니다.

평준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자치를 행정자치와 통합해 각 지자체가 평준화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지역실정에 맞춰 적절한 방식으로 평준화가 완화될 경우 평준화 이후 효율성이 떨어져 경쟁력을 상실한 공교육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 교수=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수준의 대학을 지역마다 만드는 방법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수급통로를 넓히는 일도 시급합니다.

현재의 BK21 사업처럼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보다 거점이 될 몇 곳의 대학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수준 있는 지역 거점대학을 단시일 내에 키울 수 있습니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