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3국이 31일 북핵 6자 회담을 조속한 시기에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파국으로 치닫던 북핵 사태가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미국의 마카오 북한 계좌 동결을 계기로 2005년 11월 5차 2단계 회담 이후 올스톱된 지 만 1년만이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본격적인 이행과 나란히 재개되는 회담이라 수많은 고비와 진통이 예상된다.


○北,6자회담 복귀 합의 어떻게

북한의 회담 복귀 결단은 포괄적인 금융제재에 대한 미국의 선(先) 해제를 요구하며 회담 참가를 거부해온 입장에서 백기투항이나 마찬가지다.

유엔 결의안 통과와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확대 추진 등으로 북한이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0월18일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평양에 특사로 파견했을 때 이번 비공식 협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압박과 회유에 북측은 추가 핵실험을 자제하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으로 호응했으나 탕 위원이 귀국 후 베이징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만 해도 미국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국은 이후 북·미 양국과 접촉하며 날짜를 잡았고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호주에 머물던 중 중국 정부의 호출을 받고 베이징으로 회항했다.

베이징 협의에서 북·미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에 대한 처리 방안에서 모종의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의 수사를 마무리짓는 한편 확대 수사를 유보하고 무혐의 자금을 풀어주는 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재개해도 곳곳에 암초

하지만 회담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유엔 결의안 이행은 6자회담 재개와는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달 초 대북 제재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자칫 표류할 수 있는 암초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한은 일단 BDA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전제로 회담에 복귀하지만 회담 재개 후 포괄적인 제재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조건없는 회담 복귀를 북한에 요구해왔고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외교적 협상 대상이 아니라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법률 조치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 당국자도 "6자회담과 유엔 결의안은 별도 문제"라며 "결의안 해제 여부는 향후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한국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받은 느낌이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환영 설명을 발표하면서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돼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조속히 실현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3개국이 비공식 협의 중인 것만을 알았을 뿐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발표한 직후까지 북한과 미국 간에 오간 회담 재개의 조건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