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통합신당파가 집단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를 비판하면서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 손을 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미 내부 논의과정을 거쳐 이 같은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노 대통령의 향후 대응 여하에 따라 노 대통령과 정면 충돌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통합신당파인 김한길 원내대표는 31일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개편과 관련,"북한의 핵실험 이후 비상 상황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 안보·경제위기 관리체제로서의 내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께서는 널리 인재를 구해 드림팀을 짜고 남은 임기 동안 여기에 집중해 총력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국정 목표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가 최근 대규모 정무특보단을 임명한 것에 대한 반발의 성격과 함께 노 대통령에게 국정 현안에 집중하고 정계개편 등 정치 현안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통합신당파가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위한 수순 밟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통합신당파 내에서 노 대통령과 즉각적인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김 대표의 발언에는 향후 외교·안보라인 개각에서 또다시 코드 인사가 단행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1일 개각을 계기로 당청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정무특보단 구성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당을 포함한 통합신당 창당에 대해 '지역주의 회귀가 아니냐'는 노 대통령의 부정적인 언급들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적극 차단하는 데 총대를 멘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합신당론'을 주장하며 노 대통령과의 각 세우기에 나선 천정배 의원도 이날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와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

뼈저린 자기반성을 전제로 정책적 노선과 비전을 함께 하는 세력이 모여야 한다"며 재차 통합신당론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윤태영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김 대표의 개인 의견을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계개편 논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속내는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지금은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엄중한 시기인 만큼 정계개편을 논의할 때가 아니며,특히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인한 지역구도로의 회귀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 여당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작은 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1000만명을 어떻게 작은 꾀로 움직일 수 있느냐"며 통합신당론에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