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코스피 1380선 돌파가 무위에 그쳤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강세라는 우호적인 여건 속에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박스권 돌파를 위한 시장 내부의 모멘텀이 미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매 업종은 항상 중요한 관심사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의 IT주 매도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급의 덫에 갇힌 시장

30일 굿모닝신한증권은 "국내 증시가 '수급의 덫'에 빠져드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국내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 시장 주도력이 높은 매수 주체가 부재하다는 점은 어느덧 전고점까지 육박해 있는 지수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시장의 상승 에너지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IT주..엇갈리는 분석

이처럼 시장 내 수급 여건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지난 주 지수가 비교적 견조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IT 외 업종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증권 안태강 연구원은 "글로벌 IT 경기 둔화 우려 등이 형성되면서 한국에 투자되는 외국인 자금이 저조하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 수급에서 투자 주체간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실망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10월 이후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순매수세를 보였고 이 같은 관점에서 IT 이외의 업종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 주간 수급에서 건설과 통신, 화학 운수장비(조선) 등의 매수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

굿모닝 김중현 연구원도 "외국인 매도세가 IT주에 집중되면서 여타 업종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고, 건설, 은행 통신 등 내수주와 함께 철강, 화학 등 소재주의 강세가 IT주의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이와 같은 모습이 소비 등 내수경기 자체의 회복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경제 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순수출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IT와 민감소비재 업종의 급락이 다소 지나쳐 보인다는 정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교보증권은 올 10월 국내 증시의 하락을 주도했던 IT업종과 민감소비재 업종의 경우 지나친 급락에 따른 강한 역가격 모멘텀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교보 박석현 연구원은 "IT와 민감소비재 업종의 조정 요인이 이미 현 주가 수준에 일정 부분 반영돼 있는 상태"라면서 "글로벌 증시 업종 동향과 반대로 국내 IT와 민감소비재 업종의 하락이 지나쳤기 때문에 강한 역가격 모멘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지나친 추가 조정이 이뤄질 경우 전략적인 매수 접근이 유효하다고 박 연구원은 권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