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9일 밤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고 당의 통합신당 창당 등 당의 진로문제를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질서 있고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원론만 내놓는 데 그쳤다.

이처럼 비대위가 내부 이견으로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가닥을 잡지 못함에 따라 당내 세력 간 힘겨루기가 한층 첨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석 비대위원은 3시간30분간의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정계개편 문제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국회의원과 당원의 뜻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 것"이라며 "향후 정치일정도 비대위가 책임 있게 처리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설치쪽으로 기울었던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당내 특위는 막판 반대 목소리에 제동이 걸리면서 일단 무산됐다.

천정배 의원 등의 별도기구 구성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정계개편 논의 시작단계부터 당내 이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천 의원이 이날 지도부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신당 창당 논의에 공식 착수할 것과 이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 설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계개편 논의의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예고한다.

열린우리당은 30일 오전과 다음 달 2일 오전 당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열어 정계개편 논의에 대한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할 예정이지만,계파 간 이견의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재창당(친노파)이냐,통합신당 창당(비노·반노)이냐를 놓고 친노파와 비노·반노파 간에 이견이 표출되는 데다 신당추진파도 '질서 있는 신당 창당'과 '헤체모여'로 갈려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결별여부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개혁정치'를 실현하고 정권 재창출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인사들을 결집해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면서 "역사의 진전과 희망을 열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자신이 신당 창당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결코 무원칙한 세력연합이거나 특정세력을 배제하는 신당이어서는 안 된다"며 "신당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정당과 세력은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모두 평등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신당 창당 방향도 제시했다.

특히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 대통령과의 결별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을 배제한 신당 창당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재창·노경목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