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유통업에서 손을 뗀다.

삼성물산은 최근 백화점인 분당 삼성플라자를 매각키로 결정,삼성증권을 주간사로 현대백화점 애경백화점 등 유통업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플라자 매각이 끝나면 삼성물산은 1999년 할인점 홈플러스 매각과 2005년 전문점 유투존 사업 중지에 이어 사실상 유통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삼성그룹의 유통업 철수는 1999년 홈플러스 경영권을 영국 테스코사에 넘기면서 예견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플라자가 분당에서 확고한 기반을 잡고 있고 판교 개발로 전망이 밝은 만큼 지금이 최적의 매각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할인점,전문점,백화점 사업에서 손을 떼는 데 이어 나머지 인터넷몰 사업도 접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 유통업을 자동차사업과 함께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선정,백화점 할인점 쇼핑센터 등 유통사업에 2010년까지 3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1997년 3월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삼성플라자 분당점과 태평로점(백화점),홈플러스(할인점),유투존(의류전문점),삼성몰(인터넷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업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내수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사업구도의 전면 조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삼성이 유통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한 것은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다점포망 구축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하나를 짓는 데 최소한 2500억원,할인점은 500억원 이상 드는 현실에서 삼성물산이 유통업에만 돈을 쏟아붓기 힘들다는 얘기다.

백화점만 하더라도 같은 상권에 있는 롯데백화점은 전국에 22개 점포망을 갖추고 있어 바잉파워에서 삼성플라자를 압도하고 있다.

단일 점포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유통시장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최적의 철수 시점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통업계는 삼성플라자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현대백화점이 떠오르고 있다.

경쟁자로는 애경백화점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경영권 인수나 위탁경영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에서,애경백화점은 협상대상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풍문 때문에 최종 인수자로 점쳐지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동일 상권에 점포를 갖고 있거나 신축 중이어서 삼성플라자를 인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인수가격은 매장과 사무실 공간(총 20층)을 합쳐 5000억원 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와 관련,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는 "누가 최종 인수자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애경 관계자도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삼성플라자 매각 결정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고용승계를 보장받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플라자의 한 직원은 "11월2일 비대위측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황 설명과 함께 대응 방안을 얘기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창동·박동휘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