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相甲 < 한국남부발전 사장 >

공기업으로서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약 52%를 담당하고 있는 5개 발전회사 통합 노조가 지난 9월 초 파업을 일으켰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문도 모르는 많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에 잠시라도 없어서는 안 될 전기의 공급 중단 가능성을 크게 염려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파업 돌입 이후 15시간 만에 발전노조가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국가적인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대체 왜 회사 내부의 노사 간 협의,조정되어야 마땅한 노사 문제가 국가의 동력(動力)이자 전 국민의 필수적 기초에너지인 전기 공급을 볼모로 전개되어야 하는지….

이번 사례에서 보듯 발전사업은 그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노조의 파업 강행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권 중재(仲裁)에 회부되었다. 그 같은 조치가 이번 발전파업의 신속한 종료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노사 갈등의 해결을 위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십분 존중한다 하더라도 사회 어느 일방의 권리 행사로 직접 관련이 없는 다수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전력과 같은 필수 공익사업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관점에서 최근 발표된 노·사·정 대표들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합의'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직권중재제도의 폐지와 이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필수 공익사업에 대한 필수 유지업무제도의 도입 및 대체근로의 허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향후 구체적 논의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전력산업의 경우 업무의 전문성으로 인해 대체 근로가 결코 용이하지 않음을 감안할 때 '필수유지 업무제도'는 파업과 같은 노조의 단체행동으로부터 불특정 다수 국민들의 전기에너지 사용권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것이라 한편으론 잘 운영될지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따라서 향후 기존 직권중재제도의 대안으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노·사·정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 내 집단 간 이익분쟁으로 국민들의 기초에너지 사용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은 이 같은 명확한 인식과 합의 하에 새로운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