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반도 주변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북한 선박 검색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반기문 장관을 대신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27일 국회 통외통위의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봐야 한다.

유 차관은 'PSI는 봉쇄정책 아니냐'는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무차별로 막는 게 봉쇄고,그렇기에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는 참여하지 못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유 차관은 "PSI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무기를 수송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공해 상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두 가지 원칙에 따라 한반도 수역에서는 절대 참여하지 못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최 의원이 "그러면 (확대 참여 등) 검토할 게 뭐가 있느냐'고 묻자 "한반도 외에 물적 지원을 안 하고 있고 화생방 전문가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PSI의 틀 안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으며,역외 훈련시 군사 물자를 지원하는 정도에서 확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PSI에 정식 참여할지는 여전히 확정된 게 아니라고 극구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참여를 선언하고 훈련에도 동참하되 직접적인 검색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PSI에 불참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지다.

다분히 미국의 요구를 정면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유 차관은 한반도 주변에서 PSI활동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있고 무력 충돌 위험이 크다"고 설명하고 "북한이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를 수송한다고 의심해 추적했던 북한 선박을 중국이 무사 통과시킨 사실도 밝혀졌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지난 19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한 봉화산호가 24일께 홍콩외항에서 급유하고 남쪽으로 항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개하고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홍콩 외항에서 주유했으니 중국 영내에 들어갔는데 중국에서 아무 조치도 안 했다"고 지적하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유 차관은 "유엔 제재결의안에 따라 중국이 검색할 법적 수단이 있느냐"는 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중국은 화물 검색을 안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이 PSI 참여 선언 여부를 떠나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셈이어서 향후 미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