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상품분과 등에서 일부 진전을 이루고 27일 종료됐다.

향후 '빅딜(핵심쟁점 주고받기)'을 위한 '가지치기(기타 쟁점 입장차 줄이기)'라는 당초 한국 협상단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 섬유 농산물 등 핵심 쟁점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앞으로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에 따라 양측은 내년 초로 타결 시점을 미루고 12월 미국에서 갖기로 한 5차 협상 이후 1월 중순께 서울에서 6차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다.

지금의 속도로는 연내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7차 협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6차 협상에서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공산품 진전,농산물·섬유 팽팽


양측은 모두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상품분과가 가장 큰 수확을 거뒀다.

미측은 1000여개 공산품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고 바꿔 전체 품목 중 즉시철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80%,미국 77%가 됐다.

수출액수로는 한국 74.8%,미국 60%지만 이는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세 개편 등을 유도하기 위해 수출액의 23%인 자동차를 '기타'로 제외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차 협상에선 자동차 개방수위를 정하고 양측이 각각 3~10년 관세철폐 구간에 남은 1500여개 품목의 개방을 앞당기는 과제가 남았다.

그러나 섬유분과는 미측이 첫날 제시한 100여개 품목을 '기타' 에서 '10년 후 관세철폐'로 옮긴 정도의 수정안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농업분과도 한국측은 토마토 등을 개방하겠다는 수정안을 냈지만 미측은 이를 거부하고 쇠고기 등을 포함한 리퀘스트리스트(개방요구안)를 제시했다.

◆자동차 등 핵심쟁점은 여전

다른 분과는 합의점을 찾기보다 핵심쟁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그쳤다.

한국측은 당초부터 가지치기를 목표로 했고 미측은 다음 달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보안을 내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논의 자체가 어렵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협상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생각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단호히 잘라말했다.

미국측의 자동차 관세철폐 문제는 한국이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제를 바꾸지 않는 한 풀리기 힘들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김 대표는 "자동차 문제는 자동차로 풀겠다"고 말해 향후 배기량 위주의 자동차세제 개편 등을 고려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선별등재제도와 관련된 쟁점사항만을 확인했으며 무역구제 분과에선 미국은 여전히 FTA 협상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가장 진도가 더딘 분과가 무역 구제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협상에서 집중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핵심쟁점은 고위급 대타결

결국 협상은 올해를 넘기게 됐다.

핵심쟁점이 고스란히 남았고 상품분과 협상도 이제 궤도에 올랐을 뿐이다.

이에 따라 다음 협상에선 농업 섬유 등 양측 입장차가 큰 분과는 분과장에게 맡겨두기보다 고위급 수준에서 각 분과를 연계해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대표단은 협상 타결을 위해 내년 3월 전 7차 협상을 미니라운드 형식으로 갖는 방안도 일부 고려하고 있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