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아주 잘하는 와인바가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 있는 와인바 '마고'(Margaux)에 가면 국내에서 손꼽을 만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와인바에서 식사가 될 만한 음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주전부리 거리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와인바가 음식에 눈을 돌리면서 요즘은 주방장 영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와인은 잘 맞는 음식과 어우러질 때 더욱 깊은 맛을 발한다.

그러나 와인을 잘 아는 사람과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은 항상 따로따로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은 음식 솜씨가 없고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은 와인을 모른다.

두 방면에 모두 뛰어난 전문가를 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마고의 주인 오희석씨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회사 일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값비싼 소주보다 싼 와인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직업까지 바꾸게 됐다.

마고가 문을 연 지는 6년이 다 됐다.

3년 전부터 주방에 들어가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었더니 타고난 솜씨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마고 단골들은 그래서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긴다.

메뉴는 철따라 바꿔 내놓는다.

미리 전화를 해 모임 성격에 맞는 음식과 와인을 선정해달라고 하면 편하다.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파스타를 잘하는지 알려면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하라는 얘기가 있다.

별도의 양념없이 알리오(마늘)와 올리오(올리브유)만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주방장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난다.

마고의 '알리오 올리오'는 보통의 이탈리아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파스타의 맛을 낸다.

'알덴테'(파스타 면 가운데의 하얀 심이 보일 정도)하게 삶은 면의 질감이 기막히다.

일반 파스타집에서 먹기 힘든 메뉴도 나온다.

계란 함유량이 높은 '에그 누들' 스타일의 '타야린' 파스타도 맛볼 수 있다.

토마토와 다진고기를 기본으로 한 볼로네즈 소스를 얹어 내놓는다.

단골의 발길을 끄는 또 하나의 메뉴는 스테이크다.

한우를 이용한 스테이크 요리는 전문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기를 굽는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에서 살살 녹으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고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까다로운 작업이다.

스테이크와 잘 '매칭'되는 와인을 택해 먹으면 금상첨화다.

커피는 강릉의 커피전문점 '보헤미안'에서 재료를 공급받는다.

보헤미안은 국내에서 커피를 가장 잘 뽑는다는 박이추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커피마니아들이 '커피 명가'로 꼽는 곳이다.

연중무휴이며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좌석이 30석 정도로 연말연시 특별한 모임 장소로 통째로 빌려도 괜찮겠다.

(02)333-3554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