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이 파행 하루 만에 정상화됐다.

첫날인 23일 상품분과 협상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빚었으나 24일 오전 회의가 재개된 데 이어 "회의가 건설적"(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 겸 상품분과장)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도 "미국측에서 우리측 요구에 대해 상당한 입장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상품분과의 경우 다른 분과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분과라는 점에서 꽉 막혔던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상품 양허안의 골격을 만들어 5차 협상에서 '빅딜(핵심 쟁점 주고받기)'을 이루겠다는 협상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품분과 협상 재개… "다시 중단되는 일 없을 것"

이날 재개된 상품분야 협상 오전 회의가 끝난 뒤 이혜민 단장은 "회의 분위기가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전날 한 시간 만에 회의가 중단되며 "협상이 어렵습니다"라고 굳은 표정을 지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양측이 하루 만에 협상을 재개한 것은 연말까지 한 차례 협상만이 남은 상황에서 4차 협상에서마저 상품분과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FTA 체결이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측이 최근 말레이시아,태국과의 협상 연기 내지는 중단으로 한국과 FTA를 체결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활용,'협상 중단'이란 카드를 쓴 한국측 전략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측 관심품목 상당수의 개방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으며 다만 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과 연계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장은 이와 관련,"다시 회의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에 분명히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업분과는 한국이 전향적 입장

농업분과에서는 미국측의 요구에 한국측이 일부 농산품 품목의 개방 계획을 앞당기기로 하는 등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우리측은 특별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대한 협상 여하에 따라 농산물 시장의 개방폭을 늘린 수정안을 내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협상 전 '15년 관세철폐 품목' 가운데 최대 100여개 품목을 '5년 혹은 10년 관세철폐 품목'으로 바꾼 농산물 양허안 수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와 관련,배종하 농업분과장은 "농산물 품목별로 (개방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날 시작된 금융서비스 분과의 경우 미국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민간은행과 경쟁하는 것을 문제삼았지만 한국측은 "국책은행은 포괄적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맞섰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우리측은 무분별한 반덤핑 규제의 개선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동차 작업반의 경우 미국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국내 자동차 세제의 폐지와 함께 '자동차 안전기준 작업반'을 설치할 것을 주장,별다른 결론없이 이날 오전회의를 끝으로 4차 협상을 마쳤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