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일련번호를 잘못 인쇄한 불량수표(자기앞수표)가 시중에 대량 유통됐다.

지난 2월 불량 5000원권 화폐가 시중에 풀려나가 리콜에 나선 지 8개월 만에 터진 사고로 조폐공사의 신뢰도가 땅에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조폐공사의 관리를 맡고 있는 재정경제부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2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A은행 양평동지점은 우측 상단과 좌측 하단에 표시된 일련번호가 서로 다른 10만원권 수표 890장이 발견됐다고 지난 13일 조폐공사에 통보했다.

조폐공사가 잘못 인쇄된 수표를 은행에 공급한 뒤,은행이 이를 모르고 고객들에게 발급했다가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확인됐다.

A은행은 불량수표를 발견한 당일 조폐공사 직원과 함께 확인작업을 거친 후 해당사실을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 보고했다.

조폐공사는 이 중 해당 은행에서 발행하지 않은 347장을 수거했지만 543장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뒤였다.

시중에 풀린 불량수표 중 423장이 돌아와 현금으로 교환됐지만 나머지 120여장은 아직까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10만원권과 100만원권 등 정액권 수표는 은행연합회에서 통일된 양식을 정하고 조폐공사에서 인쇄한 물량을 은행들이 그대로 받아 이용한다.

조폐공사는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홀로그램(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과 문양이 바뀌는 위조 방지장치)이 부착되지 않거나 일부만 부착된 불량 5000원권 화폐가 발견돼 1681만장을 리콜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재경부 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도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이 불량수표를 보고한 이후 즉각 공개 회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10일 이상 감독당국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고를 은폐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닌가"라고 제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23일 조폐공사로부터 관련내용과 조치사항을 보고받았으며 감사원과 협의해 조사한 뒤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는 과실 여부에 따라 주의 경고 견책 감봉 정칙 파면 등이 있다고 재경부는 전했다.

재경부는 다만 수표에 일련번호 인쇄오류가 있다는 것을 시중은행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120여장도 시중은행으로 들어오면 정상적인 수표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폐공사는 불량 자기앞수표와 관련,제조관리 책임을 물어 부여조폐창장 등 관련자 3명을 이날 직위해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