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의 승부사'라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외환은행에 이은 LG카드 인수 실패는 그에게 뼈아픈 경험이었다.

LG카드는 낙찰가격이 워낙 높아 결과적으로 인수하지 못한 게 차라리 잘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하나금융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김 회장은 최근 하나금융과 테마섹을 둘러싼 각종 루머에 "테마섹 최고위층에 직접 확인했다"며 "테마섹은 지분 변동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으며 한번 투자하면 최소한 10년은 가져간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일축했다.

김 회장은 "테마섹의 하나금융 지분 매각설은 하나금융 지분인수에 관심있는 쪽에서 투자은행(IB)을 통해 알아보고 다니는 과정에서 소문이 난 것 같다"며 "2대 주주인 골드만삭스도 매각계획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하나금융 또한 언제든지 M&A의 타깃이 될 수 있지만 국내 금융회사 중 지금 당장 하나금융을 인수할 만한 곳이 있겠느냐"며 "능력이 된다면 외국계 금융회사일 텐데 정부나 국민여론이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때나 금융권에 또 한차례의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의 요즘 최대 관심은 '중국'이다.

칭다오국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까지 중국 동북3성의 현지은행을 인수키로 하는 등 중국 소매시장 진출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시장 발전과정을 볼 때 중국의 현재 상황이 소매금융에 대한 수요가 막 창출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중국 현지은행 인수를 위해 몇 군데와 접촉 중"이라며 "중국 상업은행들은 직원의 서비스 마인드가 적은 편이라 한국에서처럼 고객만족 개념을 적용한다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과 관련,"중국만 해도 인구나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소매금융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곳이 10개성(省)은 된다"며 "국내 회사들이 같은 지역으로 몰려나가 제살 깎기식 경쟁을 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국시장 진출을 꾀하면서 어느새 '중국 전문가'가 됐다.

그는 "향후 상하이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우 현재 고평가돼 있는 중국증시 상장으로 투자자금의 일부를 회수하고,특히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상장을 통해 현지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합작 형태의 진출을 통해 한국 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계열 증권사들의 역량강화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하나증권은 IB업무,대한투자증권은 소매업무로 특화해 독자적인 경영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하나증권을 상장폐지한 것도 100% 지분을 가져야 사업부문을 쉽게 양수·도하면서 비즈니스 라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