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아쿠리 < HSBC 부대표 sebastianarcuri@hsbc.com >

한국에 '구관(舊官)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정확하게 부합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의미의 영어 격언으로는 '당신은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안다(You don't know what you've got until you've lost it)'라는 말이 해당될 것이다.

이러한 격언이 주로 그 '구관'과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떠오르는 말임을 생각해 볼 때,'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은 '연륜있는 사람의 경력과 경험은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표면적 의미와 동시에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가치를 보유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격언과 그 의미는 현대의 고용환경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서베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개인 고용주의 50%는 고령 노동자가 기술적인 부분이나 학습속도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생산성,신뢰도,융통성,충성도,의욕 측면의 다른 모든 부분에서 젊은 노동자와 다를 바 없으며 그만큼 고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고용주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이며 특히 신뢰도와 융통성,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전 세계 평균치보다 높게 고령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설문조사에 응한 고용주 중 35%만이 고령 노동자에게 새로운 유형의 일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하고,28%만이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경우도 이러한 수치는 상대적으로 낮아 각각 8%와 5%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고용주들이 고령 노동자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0% 이상의 고용주들이 고령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와 젊은 노동자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이미 시작되고 있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할 미래에 대비해 고용주들은 고령 노동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응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개인들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근무 방식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융통성 있는 자세,더불어 동시에 개인 측면에서도 그들이 꿈꾸는 가치있고 다이내믹한 은퇴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구관'도 이제 점점 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현실주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