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이 20일 라지오싱 외교부장,북한을 갔다온 탕자쉬안 국무위원(부총리급)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잇달아 만났다.탕 위원이 전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는 점에서 북·미·중 3국간 간접 대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미·중의 외교노력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핵해법 찾을까=이날 오전 라이스 장관과 리 외교부장의 회담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끝났다.그만큼 양측이 할말이 많았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무조건 6자회담 복귀"를 강조했다. 중국도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 관련국에 대북 제재 관련,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요구함으로써 미국과의 온도차를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탕 위원을 통해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한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선(先)핵포기 없이는 어떤 유화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이스 장관은 리 부장과의 회담후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헛되지 않은' 탕 위원의 방북=북한은 탕 위원의 방문을 전후로 극과 극을 달리는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미국 국방성의 고위관리는 "면담을 위해 찾아간 탕 위원을 김 위원장이 24시간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를 벌인 셈이다. 탕 위원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북한의 언론들은 김 위원장 면담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탕 위원은 이와관련, 라이스 장관에게 "자신의 방북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그는 자신의 방북 결과에 대해 "다행스럽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을 마치고 돌아와 한 첫 공식 발언이다.2차 핵실험 포기 약속을 받아냈거나 6자 회담 복귀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중국의 선택=라이스 장관은 21일 러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간다.한국등 4개국 순방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 앞서 양보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오히려 중국과의 시각차를 어떻게 좁히고 한국등의 협조를 끌어내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북한에 공을 넘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탕 위원의 북한 방문은 최대한의 배려이며, 이제부터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느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미국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안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집중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응징론과 중국의 안정우선론이 어떻게 절충될 것인지,그안에서 북한은 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조주현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