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생명 주식의 적정 가격은 주당 7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4조7000억원대의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19일 삼성생명 주식 가치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4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민은행이 남대문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 줬다.

국민은행은 2000년 6월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2만2527주)의 주당 가치를 33만2000원으로 계산해 법인세를 신고했지만 세무서는 2004년 12월 삼성생명의 주가가 70만원이라고 판단,그 차액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했던 것.

삼성생명 주가와 관련된 논란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자동차의 대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은 삼성차의 경영이 악화되자 국민은행 등 14개사로 구성된 채권단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비상장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건네 줬다.

당시 삼성차는 2000년 12월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시켜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의 처분 대금이 2조45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액에 대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증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주식에 대해 주당 70만원의 부족분을 별도로 보상한다고 되어 있는 것은 삼성생명 주식의 주당 가액이 70만원에 미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당 70만원에 이뤄졌던 삼성계열사 또는 퇴직 임직원 사이의 주식 거래는 협력업체 또는 퇴직 임직원들의 손해를 보상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한정된 거래"라며 "거래 가격을 삼성생명 주식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교환 가치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 신한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시중은행 역시 세무서를 상대로 243억원의 세금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