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산 음란물의 70%를 공급해 왔다는 20대 남성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웹하드 업체들이 '김본좌'('본좌'는 원래 무협지에 나오는 용어로 인터넷 상에서는 고수 등을 가리키는 은어)로 불리던 이 남성을 돈을 주고 서로 스카우트까지 했다는 사실은 한층 더 충격을 준다.

웹하드란 P2P(개인과 개인 사이에 파일을 공유)처럼 서버에 자료를 등록하도록 한 뒤 여러 회원이 내려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 그동안 P2P 파일공유 사이트 및 웹하드 업체들은 서버만 제공할 뿐 파일 유통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통상 오프라인에서나 볼 수 있던 다단계 유통구조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여서 한층 눈길을 끈다.


김씨같은 '스타 업로더(uploader)'가 등장한 배경에는 다단계식 유통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하루에 20~40GB(1기가바이트는 1024메가바이트) 정도의 음란물을 매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본좌의 주 활동무대였던 T사의 웹하드는 회원들이 파일을 다운받을 경우 이들이 미리 지급한 가입비에서 4메가바이트당 1원씩 차감해 왔다.

반대로 회원들이 자료를 업로드하고 이 파일을 다른 회원들이 다시 내려받으면 4메가바이트 당 0.1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업로더에게 제공했다. T사측은 포인트가 10만원이 되면 회원에게는 제세공과금 22%를 공제한 7만8000원을 현금으로 돌려줬다. 김본좌가 2년간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웹하드업체의 영업방식 덕분인 셈이다.

따라서 현금을 환급받고자 하는 회원이나 추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란물을 내려받으려는 회원들은 자신도 직접 파일을 업로드해 다른 회원들이 이를 내려받도록 유인해야 한다. 오프라인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에서 한 회원이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회원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해 10월에는 또 다른 웹하드 업체 S사가 회원 유치를 위해 수익금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조건으로 김씨를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그동안 P2P 및 웹하드 업체들은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회사는 직접적으로 회원들 간 파일 공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김본좌 사건을 통해 업체들이 음란물 등의 파일 유통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이상 방조죄 이상의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회원 유치를 위해 특정 업로더를 스카우트하거나 수익금을 나눠주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혐의가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면 방조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범(正犯)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