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京龍 < 서강대 교수·경영학 >

우리는 현재 '신용사회' 속에 살고 있다.

신용사회란 신용에 기초해 상품이나 용역(用役)의 거래가 가능한 사회로,현금사회와 비교해 거래를 용이하고 안전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용사회의 첨병인 신용카드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효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용경제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신용카드시장은 매출 371조원의 세계 4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시장규모만으로 볼 때 금융선진국들과 견주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신용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2003년도 10조원,2004년도 1조원의 적자를 내더니 2005년도 3000억원 흑자,2006년도에는 상반기에만 1조37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 4위의 거대시장이 조 단위로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시장의 불안정성은 비단 카드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금융산업 전체의 중요한 문제다.

신용카드시장이 불안정한 원인 중 하나는 경영의 불투명성에 있다.

신용사회의 첨병(尖兵)이 불투명하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하다 보니 몸집만 커버린 어른아이처럼 많은 문제가 유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카드사의 불투명성이 가장 명백히 드러나는 것은 카드수수료 책정에서 나타난다.

그동안 카드수수료 산정과 관련해 많은 가맹점들이 높은 수수료율을 문제삼아 수없이 이의제기를 해왔지만 카드사들은 본질을 회피해 왔다.

가맹점들은 수수료 원가책정 방식에 의문을 품고 있지만 신용카드사들은 단 한번도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카드수수료율이 철저한 원가 분석을 거쳐 공개되는 과정을 거쳤다면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가맹점들이 그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카드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책정·적용된 현재의 수수료율로 인해 가맹점들의 불만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4년에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율 원가공개 요구가 거세지자 카드사들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의 중재(仲裁) 아래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입장을 번복함으로써 오히려 불신과 의혹만 키웠다.

카드사는 이제 신용사회의 첨병답게 투명한 경영원리에 따라 가맹점과 소비자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길은 바로 투명한 원가공개와 그에 기초한 카드수수료율 책정이다.

만일 원가공개 후 카드사의 주장대로 현재의 수수료율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면 오히려 카드사는 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고 더불어 그동안의 의혹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원가분석 결과가 나온다면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재조정하고 다른 부문에서 경영효율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투명한 원가분석에 의한 수수료율 재산정은 우량 가맹점의 발견 및 육성을 가능하게 하여 카드사의 재무구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량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및 불량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은 결과적으로 우량 가맹점의 양산(量産)을 촉진하게 될 것이고 이는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책당국도 카드사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의 원가분석이 정확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객관적 입장에서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사회가 실현될 때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용사회를 선도하는 신용카드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원가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과도한 수수료율은 낮추고 원가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은 당당히 높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투명한 신용사회를 만들기 위해,또 장기적으로 신용카드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신용카드사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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