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무농약,전환기,저농약) 농산물과 일반 농산물 간 가격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최소 40%,많게는 4배의 값을 더 줘야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었으나 올 들어 사과 배 토마토 당근 고구마 양파 배추 등의 가격차가 최소 15% 안팎으로까지 좁혀졌다.

친환경 농산물의 재배면적이 최근 7년 사이 30배가량 증가한 데다 대형 마트(할인점) 중심으로 유통 체제가 갖춰지고 있는 덕분이다.

◆문턱 낮아진 친환경 농산물

17일 홈플러스 판매가를 기준으로 무농약 당근(500g)의 가격은 2580원.일반 당근이 2450원이므로 가격차는 5.3%에 불과하다.

이 밖에 △고구마(무농약) 6.4% △양파(무농약) 8.8% △적상추(무농약) 11.7% △배(저농약) 12.5% 등으로 친환경 상품과 일반 상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이마트에서도 △배(저농약) 8% △사과(저농약) 10% △햅쌀(무농약) 28.6% △적상추(무농약) 23% 등 가격차가 40% 미만인 품목들이 상당수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평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일반 농산물과 비교한 친환경 농산물값이 오이 1.4배,쌀 감귤 토마토 1.7배,사과 1.8배,상추 1.9배,양파 2.7배,대파 4.2배(김창길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 평균 1.4∼4.2배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락' 수준인 셈이다.

◆백화점보다는 대형 마트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 하락에 대해 김창길 연구위원은 "생산자단체가 소비자와 직거래하거나 생협 한살림 등 소비자단체가 농가와 연계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형태의 유통 경로가 감소하고 대형 마트 등 전문 유통업체 중심의 유통 경로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영직 농협유통 친환경팀장은 "친환경 농산물도 수요-공급 법칙 아래 움직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생산자 및 소비자단체를 통한 거래는 한번 가격이 정해지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데 비해 대형 마트들은 대량 구매라는 '당근'을 제공하는 대신 최저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농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현재 친환경 농산물 전체 유통량 중 40%가량이 대형 마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대형 마트들이 중간협력업체(벤더)를 통한 매입 비중을 줄이고 있는 점도 가격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

김승민 홈플러스 과일팀 과장은 "백화점 친환경 농산물은 대형 마트보다 최대 두 배까지 비싸게 거래되기도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백화점은 벤더를 통한 공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마트들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 현실화'를 위한 조치를 지난해부터 쏟아내고 있다.

홈플러스가 작년 4월 업계 처음으로 친환경 농산물 PB인 '웰빙플러스'를 선보인 것을 비롯해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친환경 농산물 전담부서인 올가닉팀을 신설한 게 대표적 예다.

장봉기 이마트 올가닉팀 과장은 "장기적으론 전체 농산물에 대해 평균 20% 가격만 더 지불하면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