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임기의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북핵 실험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높아졌음에도 차질없이 총장으로 인준(認准)받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자랑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 장관은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예산 50억달러의 유엔행정을 총괄하고 9만2000명의 평화유지군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총회 기능을 강화하는 등 유엔개혁에도 매달려야 한다. 북핵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북제재 결의안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의무도 갖고 있다.

반 장관은 총장에 취임한 뒤 한반도 전담특사를 임명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어느 외교관보다도 북핵문제에 정통한 반 장관이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에 앞장선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반 장관에 대해 과도한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유엔을 위해 근무해야 하는 그에게 한국만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 세계 평화 유지와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임기 연장은 물론 제2,제3의 반기문이 탄생하게 되면 국익(國益)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미국 등 4대 강국과의 협력 강화에 소홀함이 없어야할 것이다. 공공개발원조(ODA)를 늘리고 저개발국에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을 전수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다해야 한다. 경제대국에 걸맞은 외교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목소리를 더 낼 수 있고 영향력도 그만큼 더 발휘할 수 있음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