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극장체인 줄줄이 상영 거부

11월7일 미국 중간선거 2주 전인 오는 27일 미 전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이 상영 극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현 미국 대통령의 가상 암살사건을 다룬 영국 영화 '대통령의 죽음'은 '18세 이상 관람가'인 R등급을 받은 데다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개봉 극장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돼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대통령의 죽음'은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뉴마켓 필름스가 미국내 배급권을 사들였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극장체인을 거느리고 있는 리걸 엔터테인먼트그룹의 마이크 캠벨 회장은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별로 상영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현 대통령이 미래에 암살당한다는 내용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의 최대 라이벌인 시네마크USA도 '대통령의 죽음'을 자사 극장들에선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위 '애국법3'의 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2007년 미래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통령의 죽음'은 전형적인 TV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되다가 돌연 드라마틱하게 방향을 바꾼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맡은 가브리엘 레인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는 자료화면과 자신이 설정한 장면들을 합성해 부시 대통령의 암살과 그 후유증을 묘사한다.

영화는 체니 현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하지만 이보다는 FBI가 암살범을 찾는 과정과 과연 그들이 꼽은 시리아 출신 용의자가 실제 암살범인지를 밝히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의 미국내 판권을 구입한 뉴마켓 필름스는 지난 2004년 멜 깁슨의 논쟁적인 종교영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를 배급하면서 유명해진 영화사.
뉴마켓의 크리스 볼 공동사장은 "영화가 논쟁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정치 스릴러다.

많은 면에서 영화는 오히려 조지 부시에게 동정적이다.

성급한 판단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AMC, 로스 극장 등 다른 극장체인들은 뉴마켓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 남 통신원 enam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