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도발 이후 국정운영 주체인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확실한 대응방향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면서 국가 안보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불안과 혼선만 부추기고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을 자초(自招)하고 있는 것은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노 대통령은 처음 "포용정책을 계속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며 포용정책 포기를 시사했지만,점차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는지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거나,포용정책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식으로 물러서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국무총리와 통일부 장관이 포용정책을 놓고 딴 목소리를 내고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아예 포용정책 유지와 대화를 통한 핵위기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벌써 북의 핵위협에 둔감해진 건지,아니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중구난방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정부는 당초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했다가 이젠 핵실험의 미국 책임론까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가안보위기에 직면해 상상할 수 없는 작태(作態)이자 정부당국의 희박한 안보의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북의 핵실험은 사안 자체가 워낙 중대하고,더구나 무력충돌의 빌미가 될 수 있는 PSI 참여 등과 같은 민감한 정책을 섣불리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갈팡질팡할 일은 더욱 아니다. 특히 북핵이 더 이상 잠재적 위협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안정을 심각하게 흔드는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으며,그 최대 피해자는 남한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확실해졌다. 때문에 보다 확고하고 일관된 위기대응 정책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정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최우선적인 과제다. 그런데도 당·정·청의 입장과 정부내 대응방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정운영 주체들이 이런 식으로 갈팡질팡하다 보면 북의 오판(誤判)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우리의 모호한 대응에 의구심마저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는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면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것임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더 이상 대북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빚어져서는 안된다.

대북정책 전반과 남북경협 사업 등에 대한 당·정·청간 긴밀한 정책조율을 통해 보다 분명한 정책기조를 확립하고 일관되게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원칙이 국제질서의 틀안에서 확립되고,유엔 안보리의 제재방안에 동참하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