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실시 이후 정부의 대북 정책 대응 기조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포용정책과 대북 경협 사업 지속 여부,북한 선박에 대한 임시검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 등을 놓고 정부 여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포용정책·경협=국민의 정부 이래 8년여간 이어져 온 대북정책의 대전환이냐,부분수정이냐,현상고수냐를 놓고 그야말로 당·정·청이 파열음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간담회에서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핵실험이 났다면 경제나 생업이 잘 이뤄지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남북 간의 화해,교류,협력이 큰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포용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차이가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효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거세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정부도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라고 언급,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시사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포용 정책이 폐기되거나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반면 한명숙 총리는 "포용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지금은 평화번영 정책을 폐기할 때가 아니다"면서 포용정책 기조 유지와 대화를 통한 핵위기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남북 경협 사업의 지속 여부와 관련해서도 당정이 충돌하고 있다.

한 총리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사업의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열린우리당은 교류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PSI 신경전=정부 내에서 PSI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여당에서 강력 제동을 걸고 나섰다.

PSI는 북한으로 수출입되는 무기의 수송을 막기 위해 영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로,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PSI 활동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관만 해왔으며,훈련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큰 틀에서 PSI 참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PSI가 유엔 결의안으로 채택되면 우리 정부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만 정부는 PSI에 가입하더라도 실제 북한 선박을 검문하느냐에 대해선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PSI는 현 상황에서 (북한) 선박 나포와 수색 과정의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아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는 참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발언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한국정부의 PSI 관련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홍영식·이심기·정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