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9일 핵 실험이 '뭔가 잘못됐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시도한 것은 4킬로톤(kt) 이상 규모였으나 실제 파괴력은 1kt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핵 분열이 안 되고 고폭 장치만 터졌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력이다.

정부는 핵 분열이 아예 안 됐거나 일부만 된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핵 실험에 사실상 실패했을 경우 2차 실험을 실시할 개연성이 높다.

11일 일본에서는 북핵 2차 실험 오보가 나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핵분열 안 됐거나 일부만 된 듯

미국 CNN은 이날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북한이 9일 실험 전 중국에 4kt 규모의 핵 실험을 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면서 "실험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감측한 9일 북핵 실험의 파괴력은 0.8kt.TNT 폭탄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이 핵 실험을 위해 고폭 장치와 플루토늄 탄을 투입했으나 플루토늄 탄이 아예 터지지 않았거나 일부 폭발에 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초 정부는 북한이 일부러 고폭 장치만 터뜨리고 핵 분열로 가장했을 가능성과 소형 플루토늄 탄으로 실험했을 가능성도 생각했으나 확률이 낮다고 판단,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은 북한 상공에 항공기를,일본은 해상에 선박을 띄우고 방사능 유출 여부를 관측하고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 국경과 가까운 관측소에서 감시 중이다.

5개국의 감측 정보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핵실험 금지협약 사무국(CTBTO)에 집결돼 종합 판독에 쓰인다.

정부 당국자는 "핵 분열이 일어났다면 방사능이 대기 중에 흩어질 수밖에 없다"며 "2주 안에 잡히지 않는다면 핵 실험에 실패했거나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실험 오보 해프닝

핵 실험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차례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북한이 9일 실험에 사실상 실패했다면 2차 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정부 및 주변국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나 별다른 상황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 절차로 볼 때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할 논리적 개연성은 있으나 현재로선 할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에선 이날 오보 소동까지 있었다.

민영방송 니혼TV가 "오전 7시40분께 보통과 다른 지진파를 일본 정부가 관측했다"며 "북한이 2차 지하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보 분석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것.공영방송 NHK 등으로 보도가 확산되면서 주변국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으나 결국 오보로 확인됐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일본 북쪽 미야기현 해안가에서 이날 오전 8시58분(현지시간) 진도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뿐이라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CNN 방송은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현재로선 북한이 곧 2차 실험을 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보도했다.

또한 "하지만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이 관리의 말을 덧붙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