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M&A펀드 '잿밥'만 눈독 … 무늬만 경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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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M&A)을 표방한 소규모 사모펀드들이 증시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주로 중소형 상장사 지분을 대량 취득,M&A 기대감을 부풀려 주가 변동폭을 키우는 등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하성펀드' 등장 이후 이런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종의 '장하성펀드' 따라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부분 M&A보다는 주가 띄우기용 성격이 강하다며 일반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사모펀드들은 사실상 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데다 일부 시장참여자들에게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잘못 인식되며 M&A 시장을 오히려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모M&A펀드 급증
1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 경영 참여를 선언한 지난 8월 말 이후 사모M&A펀드들의 상장사 지분 대량 매입 사례가 급증,최근 한 달여간 9건에 달했다. 제너시스펀드가 반도체 장비업체인 디아이 지분 10.05%를 확보,경영 참여를 선언했으며 헤르메스펀드는 종근당바이오와 인네트 지분을 각각 6.72%,29.47% 취득했다.
JS사모펀드도 동성제약이 과거 발행한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하는 형태로 23.01%가량의 지분을 사실상 확보했다. 브릿지사모펀드는 대주주 간에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코스닥기업 코스프 지분 18.95%를 장외매입,경영 참여 뜻을 밝혔다.
올 들어 사모M&A펀드 설립 사례도 부쩍 늘었다. 신규 설립 건수가 2004년 3개,2005년 6개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9월 말까지 벌써 10개를 넘어섰다.
◆ 사모펀드의 지분 참여 진실은
문제는 이들 사모펀드의 지분 참여가 대부분 겉으로는 경영 참여 목적이지만,실제는 주가를 띄운 후 자본차익을 얻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모M&A펀드는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의해 소규모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 사모펀드가 나서 기업 구조조정이나 M&A를 성공시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분 취득 후 차익을 남기고 판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사모M&A펀드는 지분 참여 후 6개월 내에 지분을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으나 마이애셋의 경우 코스닥 기업인 넥스트코드에 대해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10% 이상 취득한 후 불과 한 달 만에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했다. 심지어 모 사모펀드는 멀쩡한 정상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취득한 후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선언,주가를 급등락시킨 사례도 있다.
일부 사모펀드는 상장사의 신주인수권만 취득,실제 지분을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시사해 주가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경영진을 압박해 차익을 극대화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 감독 사각지대
사모M&A펀드는 도입 당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사실상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자본금 1억원 이상이면 되며,설립 후 등록만 하면 된다. 설립 후 1년 내에 모집자금의 60% 이상을 단순 경영 참여가 아닌 계열사 편입 목적(지분율 30% 이상 보유)에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이 또한 사후 관리 대상이다. 현재 사모M&A펀드 중 계열사 편입 목적으로 지분 30% 이상을 취득한 경우는 한 곳도 없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사모M&A펀드들이 기업 구조조정보다 머니게임에 치중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모M&A펀드는 설립 후 1년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어 지금으로서는 강제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장하성펀드 등장 이후 주식시장에 M&A 테마가 불자 사모펀드들의 장하성펀드 따라하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