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정부의 국제무대에서의 대북 발언권이 상실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정부의 대응수위도 사실상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핵실험 발표 이후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대북지원은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민간 부문의 경협과 인도적 지원,사회문화 교류사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논의에 지지입장을 밝힌 정부로서는 중국측 입장을 살피면서 대북제재 수위가 조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 참여 불가피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고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대북 봉쇄에 가까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발표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변화가 초래됐고,이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안정이 중대 위협에 처한 만큼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미 호주와 유럽 일부 국가들도 이에 적극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6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PSI에는 비록 부분적이고 선별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경협도 중단되나

유엔이 군사적 대응을 제외한 사실상의 경제봉쇄 조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북한의 유일한 보급로인 중국과 한국의 대북지원 프로그램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지목하며 대북지원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명숙 총리도 10일 국회 답변에서 금강산 관광 등 대북경협 사업의 근본적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 "그런 모든 것을 포함해서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이 남북 관계의 긴장과 국민불안을 해소시켜준 측면이 있고,이로인해 경제활력에 도움을 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상황 관리에 주력

정부는 일단 안보불안 해소와 경제안정 유지 등 북한 핵실험 발표 이후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차원에서 내각사퇴 등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전장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긴박한 상황이 정리되면 부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외교안보라인을 유지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문제와 관련,"막연한 불안감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안 미치도록 절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환수시기 재검토

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밝혀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수 방침을 변경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양 시기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기되는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은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유용한 카드였다"며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롭게 검토해보겠다"고 밝혀,기존의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