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이 외국인의 행보에 쏠려있다.

'북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터졌는데도 사흘 연속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미스터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외국인은 지난 9일 47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순매수에 이어 10일에도 1194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로써 최근 사흘간 순매수 규모는 6966억원으로 지난 4월 이후 최대다.

연초부터 줄곧 매도세를 보이던 것에 비춰보면 확실히 이례적인 행보다.

◆ 한국증시에 대한 엇갈린 전망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증시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 전망은 대부분 어둡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이번 북한 핵실험은 과거 미사일 발사보다 심각한 사태"라며 "미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서는 주식시장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도 "한국이 북한 핵문제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북핵에 대해 학습효과를 들어 애써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밖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며 "이전 북핵 이슈 때와 다른 만큼 쉽게 접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함춘승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지점장도 "이번 북한 핵실험은 최소한 6개월짜리 대형 악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주식을 싼 값에 매입,큰 수익을 남긴 템플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책임자인 마크 모비우스 사장은 이날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오히려 북한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한국 주식 가격이 여전히 싼 만큼 한국시장에서 달아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외국인 왜 살까

가장 많은 해석은 '바겐 헌팅'(헐값 매입)이라는 것이다. "북핵 충격으로 주가가 단기 급락하자 너무 빠진 종목에 대해 선별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윤석 CSFB증권 전무)는 설명이다.

김기수 한국 CLSA증권 대표는 "북한 핵실험 전 미리 팔 만큼 팔아놔서 단기적으로 급하게 내놓을 물량이 없는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함 지점장은 "외국인이 아직 보유 중인 한국 주식 물량이 많아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한 대놓고 매도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홍콩을 위시한 아시아쪽 헤지펀드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한국시장에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 다른 쪽에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적극 사고 있다기보다는 주가가 개인 투매로 급하게 하락해서 매도 주문이 체결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매수 규모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 CSFB증권 전무는 "최근 며칠간 외국인 매매는 대부분 단기 모멘텀 플레이어들이 주도하는 것 같다"며 "뉴욕 월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롱텀 투자자들의 경우 북핵 이슈의 전개 방향을 지켜보자는 관망자세일 뿐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시장이 극단적으로 조정받지 않는 한 올 들어 한국 비중을 조금씩 줄이려는 외국인 입장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태·서정환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