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서민의 주름살이 깊어가는 가운데 이들을 등쳐먹는 불법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돈을 빌려주고 렌털료 명목으로 고금리를 착취하는가 하면 고객의 휴대폰 요금을 덤터기 씌우는 등 그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침체 등으로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아지자 '단기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유사 수신업체까지 활개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서민 울리는 불법금융 '활개'



○대부업체와 렌털계약은 금물

최근 들어 렌털 계약을 가장한 대부업체의 불법 고금리 대출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급전이 필요했던 주부 이모씨(54)는 대부업자인 김모씨로부터 3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냉장고와 세탁기를 김씨에게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대신 그 냉장고와 세탁기를 김씨로부터 빌려쓰는 렌털 계약을 체결했다.

이씨는 "이자만 꼬박 내고 원금을 갚으면 가전제품을 돌려주겠다"는 김씨의 말을 믿었다. 이후 이씨는 매달 20만원씩 3개월간 이자를 냈다.

이씨의 연간 이자는 240만원으로 원금의 80%에 해당한다. 대부업법상 이자 상한선(연 66%)을 넘어선 불법 고금리 대출인 셈이다.

이런 사실은 뒤늦게 안 이씨는 대부업피해신고센터(02-3487-5800)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김씨는 "대부업자가 아닌 렌털업자로서 이씨에게 렌털료를 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양석승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회장은 "대부업자들과 대출자 사이에 렌털계약서를 작성하면 불법대출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렌털계약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요금을 덤터기 씌우는 것도 얌체 대부업체들이 애용하는 수법. 대부업자들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대출자 명의로 휴대폰을 여러개 개통한 뒤 단기간에 대출금액의 몇배에 해당하는 각종 요금을 휴대폰으로 결제한 뒤 종적을 감춰버리는 식이다.

또 자동차담보대출을 해준 뒤 대출자의 자동차를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대부업자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미등록 불법 대부업자다.


○장뇌삼 투자로 고수익 유혹

장뇌삼이나 천마,철갑상어알,말고기 등의 재배나 판매를 통해 통상 3~6개월에 투자금의 120~160% 지급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으는 '불법 영농조합법인'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투자를 유치한 혐의가 있는 유사 수신업체 55개사를 경찰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은 대부분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지역 농어민 이름을 빌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투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농.수산물을 재배하거나 기르는 영농조합법인이라도 장뇌삼의 경우 7~10년이라는 재배기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금융비용부담이 늘어날 경우 영농조합법인이 조기 부실화될 수 있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최근 유사수신업체들이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대구의 동대구역 일대에 사무실을 짧은 기간 빌린 뒤 매일 1~3차례 사업설명회를 실시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가 잦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장진모·정인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