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불똥이 12일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튀었다.

10일 부산국제영화제(PIFF)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영화제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는 북한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미국인 망명자인 '조 동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 시민(Crossing the Line)'을 만들어 이번 부산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고든 감독이 구체적인 불참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으나 북한 핵실험이 강행된 9일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보아 북핵위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고든 감독의 불참으로 오는 17일 부산시 해운대구 PIFF 파빌리온에서 '다큐멘터리로 본 북한'을 주제로 개최될 예정인 특별대담이 반쪽행사로 치러질 수밖에 없게 됐다.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을 전 세계에 소개했던 고든 감독은 이날 대담에서 북한의 영화관에서 필름을 돌리는 영사기사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꿈의 동지들(Comrades in Dreams)'을 제작한 독일의 울리 가울케 감독과 함께 북한의 실상을 상세하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관객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푸른 눈의 평양시민'은 서양인의 입장에서 북한 실상을 다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지난달 예매를 시작하자 마자 2회분이 매진되는 등 관심작품으로 떠올랐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예정됐지만 취소가 불가피하다.

부산영화제 조직위도 비상이 걸렸다. 조직위는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개.폐막식이 열리는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출입구에 검색대를 설치,관객은 물론 주요 게스트에 대해서도 보안검색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주요 배우 등이 드나드는 행사장 주변에는 사설 경호원을 집중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