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시즌이 다가오면서 "예방백신이 모자라지 않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걱정은 이 맘 때면 마치 독감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기우에 시달리느라 도리어 독감을 앓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말 독감백신이 국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할 만큼 모자랄까.

무분별한 단체접종 등 불필요한 접종만 없으면 부족하지 않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이다.

예년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근거한 수요예측에 비춰볼 때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 주사는 모두가 맞아야 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외출 후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말한다.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가 따로 있는 것이다.

폐질환자, 심장질환자, 만성질환자(당뇨환자, 신장질환자, 암환자, 만성간질환자), 65세 이상 노인, 생후 6∼23개월 된 소아, 임신부, 의료인,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감염 가능성 있는 닭.오리 농장 종사자 등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경우 세균성 폐렴 등 합병증에 걸릴 우려가 있는 이들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추산하고 있는 국내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는 1천400만 명 정도다.

하지만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확보한 백신은 1천200만 명 분량.
산술적으로 보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이다.

이 같은 백신확보량은 국내 전체 인구의 31%가 접종할 수 있는 양으로 인구 대비로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확보한 물량이다.

더욱이 연구결과, 2005년에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 중에서 실제 접종을 받은 사람은 900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접종률로 보면 61%에 그친 것이다.

물론 국내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가 모두 접종을 받으면 좋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불가능한 일이다.

또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세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80%를 웃돌았다.

미국의 경우 65세 노인의 접종률이 60%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2005년에 우리나라가 확보한 독감백신 물량은 1천640만 명 분량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1천200만∼1천3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예방접종 권장 대상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백신을 너무 많이 확보하는 바람에 적게잡아도 340만 명 분량의 백신을 폐기처분한 셈이다.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빚어진 일종의 외화낭비라고 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원료와 완제품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예방접종 시기와 관련해서도 질병관리본부는 10∼12월 사이에 접종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는 주로 12월과 이듬해 3∼4월에 나타나고 있다.

통상 인플루엔자 백신의 항체 지속시간을 6개월 잡았을 때, 9월보다는 10월 이후의 예방접종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듬해 3∼4월의 늦은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비해 12월 이후라도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박병하 질병예방센터장은 특히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 보건단체 등에서 무분별하게 단체예방접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접종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등에서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집단 예방접종을 하는 바람에 백신의 과 수요가 발생하고, 나아가 의사의 진단 미흡으로 혹시 접종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