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검사,변호사가 내기 골프를 하면 누가 많이 딸까. 당연히 판사다. 판사들은 이것 저것 재 보고 꼼꼼히 상황 판단을 한 뒤 공을 치기 때문에 더블 보기나 트리플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 까다로운 골프 규칙에서도 판사 쪽이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파4홀이나 파5홀에서 투온 욕심에 무조건 우드를 잡아 벙커나 오비를 내고 마는 검사와 달리 차분히 쓰리온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쪽도 판사다. 변호사들이야 돈을 딸 이유가 없고 따서도 안 된다.

물론 법조 3륜인 판·검사와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서로 다른 자질과 역할을 강조한 데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이런 농담을 진담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공판 중심주의가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얘기하는 판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판사 우월주의 때문이다. "'법조 3륜'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고 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에서도 이들의 선민 의식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로 인해 사법연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검사나 변호사들의 심기가 꽤나 불편한 모양이다.

하지만 사법시험 점수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역할이 다른 법조 직역 간 실력을 가늠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세 바퀴 중 바퀴 하나가 다른 바퀴 둘과 달라선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