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담금에 국민과 기업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준조세'인 부담금의 증가 속도가 오히려 세금보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따라서 부담금 체계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전면 정비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8일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각종 부담금은 2000년 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4000억원으로 5년 새 137%나 늘었다.

같은 기간 국세는 81조9000억원에서 127조4000억원으로 증가율이 55%로 파악됐다.

부담금의 증가율이 국세 증가율보다 82%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 대비 부담금의 비율은 2000년 5.8%에서 최근 9% 안팎으로 높아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담금

부담금은 1960년대 후반 도입됐지만 실제적인 '부담'은 외환위기 이후 가중되기 시작했다.

부담금 개수를 보면 1969년 7개,79년 14개,89년 34개에서 99년 95개로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담금 개수는 102개다.

가장 가짓수가 많은 부담금은 환경·건설·교통 분야로 전체 부담금 종류의 절반인 53개에 이른다.

금액으로 보면 1997년 5조4000억원에서 98년 3조9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99년부터 다시 불어나는 추세다.

1999년 4조1000억원,2000년 4조8000억원 등이다.

이후 2001년 7조원,2002년 7조8000억원,2003년 9조1000억원,2004년 10조원 등으로 연평균 1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부담금이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는 국세와 비교해 보면 명확해진다.

2000년 국세가 1000원이었다면 부담금은 58원 수준.하지만 지난해엔 국세 1000원에 부담금은 90원 안팎에 이른다.

최근 들어 부담금 증가 추세가 향후에도 이어진다면 2~3년 내 국세 1000원에 부담금 100원,즉 1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담금 가운데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2000년 99억원에서 2005년 1조291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석유수입·판매부담금도 1조1264억원에서 1조4711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개편 엄두조차 못 내는 정부

부담금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특정한 계층이나 제품에 한정해서 부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재건축개발이익 부담금이나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필요한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하면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으나 부담금은 그런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부담금 체계가 지나치게 기형적으로 커졌고,정부도 개편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담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국민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에 창업 제조업체엔 3년간 12개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다른 102개에 이르는 부담금 개수 자체를 줄이려는 시도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담금 전체는 기획예산처가 관장하고 있지만 실제 부담금은 각각의 부처가 수십 개의 법률에 근거해 징수하고 있다"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 각각의 부담금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폐지하거나 금액을 낮추는 등의 작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7월부터 건축물에 대한 기반시설부담금이 새로 마련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교통환경부담금' 제도 신설을 공론화하고 나서는 등 부담금은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청와대나 총리실 등 전 부처와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곳에서 부담금 문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