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D램 반도체 생산 1위,LCD 패널 생산 1위,선박 건조량 1위….대한민국의 산업 성적표다.

'손 안의 TV'로 불리는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DMB)과 초고속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도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는 아직도 샤넬,구치,페라리,인텔 칩 등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지배하는 '아이콘(偶像)'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한계도 여전히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와 미학의 결핍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사람은 4초,상품은 12초 만에 호감 여부가 결정되는 감성의 시대에서 특별하지 않은 '적당' '중간'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계속 잡아둘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창간 42주년을 맞아 '아이콘 브랜드'라는 주제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8명 중 60% 이상이 '문화와 디자인 결여'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한국 제품은 첨단기술에 문화를 담지 못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히트 제품의 생명력도 그만큼 짧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실제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레인콤의 아이리버 신화는 2년 만에 애플 아이팟에 무너졌다.

조선 분야도 세계 1위국임에도 불구하고 꿈의 유람선인 크루저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는 "기능이 복잡한 제품을 앞세워서는 10초라는 짧은 순간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이콘 브랜드 대열에 올라 서려면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들어 그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비보이나 프로게이머를 그저 철없는 아이들로 취급하며 마이너리티 문화로 폄하해서는 모토로라 레이저나 애플 아이팟,페라리와 같은 명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것은 쓰레기다.

제품에 문화를 담아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아야 '인텔 인사이드'의 위세를 뛰어넘어 '삼성 인사이드'를 탄생시킬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향후 2020년 아이콘 브랜드를 20개 양산하는 방안으로 CULTURE,EXPERIENCE,INDIVIDUALITY,CREATIVENESS,DESTRUCTION 등 5개 키워드를 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