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향후 30년 뒤 세계경제 5강(强)은 누가 될까. 이코노미스트지 세계경제조사(WES:World Economy Survey 9월14일)에 게재(揭載)된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의하면 2040년의 국내총생산(GDP,시장환율기준)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멕시코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뒤를 러시아 브라질이 잇고 현재 3등 5등 6등인 독일 영국 프랑스는 8,9,10위 자리를 채운다.

2000년 이래 세계경제는 연 3.2%의 경이적 성장기록을 세우고 있다. WES는 세계가 지금 중국 인도 등 거대인구 신흥국가군의 참여로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글로벌경제를 확대시키는 과정임을 지적한다. 향후 수십년간 지구촌은 선진국(Advanced)과 신흥국(Emerging)의 치열한 자리다툼장이 될 것이다. 만약 인도네시아(2억2600만) 나이지리아(1억8500만) 파키스탄(1억6000만)까지 파죽(破竹)의 성장세로 합류한다면 현재 12위라는 한국의 GDP 순위는 30년 뒤 어느 구석에서 찾을지 알 수 없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타는 나라는 흥하고 역류하면 쇠한다. WES에 의하면 1897년 영국의 매카트니(George Macartney)경이 교역을 요청하려 청나라 건륭황제를 알현했을 때 중국의 GDP는 영국의 7배나 되었다고 한다. 건륭황제는 "중국은 야만국의 재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개방으로 나갈 기회를 거부했다. 이때 길을 갈라선 중국은 그후 200년간 일인당 실질소득이 4분의 1로 줄었다. 반면 영국은 5배가 늘어났다. 결정적 시기에 지도자의 선택은 이렇듯 몇 세기 뒤의 미래국민의 운명(運命)을 뒤바꿔 놓는다.

마침 노무현 정부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비전에 의하면 '한국'이 2030년 1인당 GDP 8만7000달러,세계 7~8위의 경제대국이 되고 삶의 질은 미국을 능가해 세계 10위가 된단다. 그런데 이 미래설계는 2030년까지 총 1600조원,4인 가구당 1억3000만원을 투입해 우리 복지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骨子)다. 25년 뒤 전 국민은 집걱정 노후걱정 질병치료의 걱정이 없다. 사교육비 부담과 육아걱정도 없고 저소득층 생활은 국가가 보장한다. 만약 이런 복지와 동반성장 전략이 없다면 한국은 양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潛在成長率)도 하락하고 따라서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는 시나리오다.

과연 이것은 시대의 흐름을 타는 것인가. 현 정권의 미래전략은 소요재원은 생각하지 말고 국가사회구조부터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포괄적(包括的)인 복지공급 말고도 자주국방,행복도시 건설,공기업 재배치 등 거대한 신(新)국가사회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들은 사업마다 수십조원,수백조원을 호가하며 그만큼 기업과 경제활동을 위한 재원을 핍박한다. 또한 정권이 구축중인 복지-균형-평준화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개인의 권리로 고착되어 생산적인 국가자원 흐름을 막는 동맥 혈전(血栓)이 된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02년 말 133조원에서 금년 말 28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국채이자 11조여원은 이미 GDP의 1.5%가 넘게 됐고 그만큼 경제성장률(經濟成長率)을 갉아먹는다. 또한 그만큼 다음해 부채원금과 이자를 늘린다. 참여정부의 사업들이 이 부채가 증가하도록 매년 큰 짐을 얹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말로 이런 시스템과 국가채무가 경제성장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인가?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벌여놓은 일들이 마무리되기 위해서 꼭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며 "그럴 의지뿐만 아니라 자신도 있음"을 말했다고 한다. 과연 이 시스템을 마무리하는 것이 미래에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는 일인가,이를 걷어내는 것이 재난을 피하는 일인가. 이것은 우리 국민이 '지금'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일이다. 30년 뒤에 다시 돌이킬 수는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