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홍콩 도널드 창 행정장관의 싱가포르행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됐다.

출장 목적 자체가 싱가포르의 인재육성 방법이나 정부 효율성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홍콩은 중국 탓에 자신의 미래를 독자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독자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아시아 경제 허브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연설에 대해 "홍콩은 아시아의 경제허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으르렁거렸던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한국 역시 최근 리딩뱅크인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개발은행(DBS) 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싱가포르 비행기를 탄 게 금융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양남식 국민은행 부행장은 "국책은행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소매금융그룹으로 성장한 DBS의 사례는 충분히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경쟁국들이 이념논쟁 정치불안 환경오염 등에 발목잡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시아 4룡 가운데 홀로 승천을 앞두고 있는 싱가포르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한 외국자본 유치 △정부 효율성 제고 △인재육성 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싱가포르 시내 크로스스트리트 8가에 있는 PWC빌딩.DBS은행의 150여 프라이빗뱅커(PB)가 전화 등을 통해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분주하다.

PB들은 5팀으로 나뉘어져 전 세계의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DBS가 이처럼 전 세계의 부(富)를 끌어모으고 있는 데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 철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UBS의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지역 개인들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8.9%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평균 5.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다가 요즘엔 유럽연합(EU) 및 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이 개인의 금융거래와 관련한 규제(세금 정보공개 등)를 강화하고 있어 유럽 자금까지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적어도 1300만달러어치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 싱가포르 소재 금융회사에 310만달러 이상을 예치하는 외국인에 대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2004년 관련 법을 고쳤다.

지난해엔 외국에 있는 싱가포르 자금을 되돌려오기 위해 이자소득세도 폐지했다.

에스에프 웡 DBS PB사업본부장은 "조만간 상속세도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효율성과 인재육성 부문은 경쟁국인 홍콩마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정부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에서 나온다.

이 같은 실행력은 리콴유 전 총리의 계획적인 시스템이 기반을 마련했다.

리 전 총리는 1970년대 런던의 역외 금융시장을 벤치마킹했다.

싱가포르에 외국계 회사를 유치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게 하면서 금융산업을 키워냈다.

이를 위해 강력한 시장육성책도 마련했다.

외국 예금자들이 얻는 이자 수입에 대해서는 원천징수를 폐지하고 역외 금융일 경우에는 강제적 유동성 확보나 지불준비금 규정 등을 없앴다.

행정처리 속도도 말할 것 없이 빠르다.

세무서 투자청 등 정부 모든 부서가 태스크포스팀(TFT) 형태로 구성돼 있어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맨파워'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부문을 예로 들면 싱가포르에서 배출되는 금융 전문인력은 매년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국제적으로 활동할 만큼 우수한 인재다.

싱가포르 무역산업청 관계자는 "싱가포르국립대에 들어갈 만큼 우수한 인재들은 정부에서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며 "대학부터 해외 유학 때까지 국비로 학비를 지원하는데,단 공부를 마친 후에는 일정 기간 공무원으로 일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