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국 체면-형제국가 사이서 고민 깊어져

지난 7월5일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 특히 중국의 설득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북한이 약 3개월만인 3일 이번엔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 북.중 관계에 또 다시 찬 바람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중국의 찬성에 의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등의 영향으로 한동안 냉각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여 왔다.

중국 당.정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한 만류와 설득에도 아랑곳없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고 그 직후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가 인솔하고 북한을 방문한 중국 친선대표단을 북한이 냉대한데 대해 한 때 분개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끌어 안아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결의안 채택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방북한 이 친선대표단에는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도 포함돼 있었으나 대표단 일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도 하지 못하고 미사일 문제에서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귀국했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는 일단 국제사회가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심을 발휘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키는 일을 하지 않도록 촉구할 것으로 보이나 북한이 막상 핵실험을 한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당장 답안을 내놓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이 자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북아지역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대국의 자세도 보여주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이 전통적 혈맹을 의미하는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미국연구센터 주임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동북망(東北罔)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계속되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작년의 9.19 공동성명을 분수령으로 작년 미사일 시험발사와 6자회담 참석 거부 등 태도를 강경하게 바꿔 이번에 핵실험 계획까지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주펑(朱峰) 교수도 동북망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외무성의 성명은 사실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의도에 대해 핵실험을 통해 세계에 자국의 실질적인 핵능력을 보여주고 새 조건 하에서 다시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이미 드러난 북한의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모르지 않지만 바로 앞에 든 이유 때문에 안보리의 대북 규탄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에 동참해 대북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대국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과시했다.

절대적인 관심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난 다음 중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 북.중 관계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군비통제 및 지역안보 전문가인 푸단(復旦)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선딩리(沈丁立) 부원장은 지난달 초 청년참고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중.조 안전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조선에 과다한 압력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자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면서까지 중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손상시키려고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일찍이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과감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의 견해다.

선 부원장은 결과적으로 중국이 북한 핵실험 후에도 상징적인 대북 조치에는 동참하되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과 북한을 극단적으로 몰아가 체제까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는 전자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아마도 그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