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핵실험 강행 계획 발표를 보고받은 뒤 "알겠다"고만 짧게 대답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하필 이때에…'라는 유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추석 연휴를 직전에 두고,더구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확정된 날 북측이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악재를 터뜨린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반응이기도 하다.

북의 발표 직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즉시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주재로 고위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종석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북한이 핵실험 의사를 밝힌 배경과 성명 내용을 분석하고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분석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군사대비태세 등을 점검했다. 국방부는 권안도 정책홍보본부장을 단장으로 한 위기조치반을 구성,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군사대비 태세 수준을 단계적으로 정해 나가기로 했다.

일단 북핵 문제에 관한 정부의 대응기조는 '북핵 불용(不容)'이라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핀란드 순방시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핵무기는 미사일과 수준이 다르며 미사일과 똑같이 말씀드릴 수 없다"며 실질적 안보위협의 하나임을 강조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북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북이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국내외 여론이 크게 나빠져 국제적으로는 무력사용까지 가능한 강력한 대북제재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국내적으로는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져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이미 미사일 실험발사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면서 단절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의 대북 화해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고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동요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온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내주 중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이달 중순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던 개성공단 추가 분양을 사태 추이를 봐서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중단된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재개 등 인도적 문제의 우선적 해결도 사실상 물 건너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발표로 지금의 대화 노력이나 남북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